[감성스케치]

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한 줄기 조명이 비치는 흰 회벽에 걸린 사진 한 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정문을 찍은 이 사진 속에는 큰 사각기둥 일곱 개가 서 있을 뿐이다. 정문이 기둥이라니. 일반인들의 선입견을 벗어나는 이 건축물은 우리 학교 건축공학과 이해욱 동문이 설계한 것이다. 이처럼 건축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작품들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 ‘2005 성균건축전’이란 이름 아래 전시되고 있다.

제1실에 전시된 동문들의 작품을 상세한 조감도,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하고 있노라면 신선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과 중국 서안지구의 사진을 보면 먼저 방대한 스케일에 놀라고, 다음으로 인간의 동선과 바람이 지나는 길을 일치시키는 등 인간과 환경의 호흡을 고려한 섬세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인간중심적인 동시에 친환경적인 건축. 이 전시회는 이 아이러니컬한 말이 실제로 가능함을 깨닫게 해준다.

제2실에 전시된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에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상부와 하부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세종길’과 모든 건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Organic path’등을 보면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기술이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예술이란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의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Architecture is Funny Music.’ 우리는 평소 딱딱하고 골치 아픈 이공계 학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건축을 바라본 것은 아닐까. 전시회의 안내를 맡은 정지혜(건축4) 학우는 “건축은 과학과 휴머니즘이 결합된 예술”이라며 “이 전시회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건축의 재미와 그 속에 담긴 인류애를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축에 대해 차가운 금속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2005 성균건축전’을 통해 따뜻한 인간의 체취가 느껴지는 건축과 만나보길 권한다.

△기간 : 2005. 8. 31 ~ 2005. 9. 6
△시간 : 10:00 ~ 19:00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 (5호선 광화문역 내 광화문 갤러리)
△문의 :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