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은 기자 (envykies@skku.edu)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수습일기를 적을지 고민하던 때 내 머리 속에 한 파일이 생각났다. 모아두기를 잘 하는 성격 탓에, 나는 처음 신문사에 들어오기 위한 논술 문제부터 기사훈련 때 쓴 첫 기사까지 모두 하나의 파일 안에 엮어두었던 것이다. 그 파일 안에 담긴 갖가지 문서에는 내 3개월 간의 수습 시절의 흔적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현재 52기 동기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자기 소개’ 시간이 아닌가 한다.

수습기자로 선발돼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가기 전, ‘예비 트레이닝’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날의 예비 트레이닝 주제는 자기 소개로, 미리 자기 소개 문건을 작성해 발표한 후 그와 관련하는 질의와 응답이 오고가게 된다. 이 때는 아직 기자로 선발된 상태가 아니기에 모두들 정식 기자로 뽑히기 위해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모두들 탈락하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서로의 문건에서 질문거리를 찾아 트집(?)을 잡곤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신문의 잉크 냄새가 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쓴 문건의 한 부분이다. 나름대로 신문과의 친화력을 보이기 위해 문학적으로 쓴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정말 신문의 잉크 냄새가 좋으세요? 너무 독하고 머리 아프던데…” 그 말에 요즘 잉크는 콩기름 잉크라며 멋쩍게 웃음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누가 기자로 붙을지 떨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몹시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ㄱ기자!

이 날 약 3시간에 걸친 트레이닝을 하며(다소 상투적인 표현일 수밖에 없으나) 서로를 더욱 잘 알게 되었고 훨씬 호감도 생기게 되었다. 훗날 ㅈ기자가 말한 것처럼 정말 내가 속한 단체 중 가장 최고인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날 이후로 한 번 말하고 싶었다. 52기 기자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