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소영 기자 (zziccu@skku.edu)

개강호가 나오는 월요일이었다. 여느 날처럼 평범하게 시작된 월요일이었지만 이 날은 무언가 달라야 했다. 개강한 후 새로 시작된 수업들을 듣기위해 강의실들을 찾아다니다 신문사에 들러 개강호를 확인했다. 아직 배포가 되지 않은 개강호는 신문사 한쪽에 쌓여 있었다.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신문을 펼쳐보았다. 7면에 기사가 실렸다. 내 이름 옆에 ‘기자’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어색하면서도 뿌듯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취재를 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컴퓨터를 붙잡고 기사를 써내려가기를 몇 시간이었던가. 초고와 수차례에 거친 back, 마침내 새벽이 다 되어서야 O.K.를 받았던 원고. 토요일 오전과 오후 내내 이어졌던, 기사쓰기만큼이나 어려웠던 제목달기. 불편한 책상에 엎드려 자서 뻐근하고 나른해진 온 몸, 사고력의 저하가 느껴질 만큼 생각하기를 멈춘 머리. 잉크로 인쇄된 신문을 받아들고 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갔던 금요일과 토요일의 기억들이다.

고생이었다. 고생도 이런 생고생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기사를 쓰면서는 고생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새벽 네시가 넘어서 충동적으로 올라가 본 법학관 옥상. 습기 찬 바람과 흐릿한 안개 속에 갇힌 야경이 나름대로 근사했다. 새벽에 선배들이 사주던 각종 야식들. 밤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에너지원이었다. 이렇게 첫 부서기사를 신문사에서 밤을 새며 썼던 나의 기억은 그 모든 고생을 추억으로 채색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것이었다.

그 모든 추억들을 한곳에 담아 기사가 나왔다. 나는 첫 기사를 볼 때마다 이 모든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흐뭇해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 이름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나의 이름을 걸고 나간 이 기사가 신문을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킬지 생각하면, 두렵다. 하지만 나는 그 두려움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나의 사고를 예리하게 다듬을 것이다. 칼날 같은 예리함과 메마르지 않은 따뜻한 시선. 나의 기사가 닿을 최종 목적지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