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성우 안지환(37)씨

기자명 이곤미 기자 (luckygm@skku.edu)

   
<프로필>
△MBC 공채 성우 11기(1993)
△2005 한국방송대상 성우부문 수상
△데뷔작
〈시간탐험대〉 오마르 왕자 役
△참여작품
〈마법소녀 리나〉, 〈바닐라스카이〉,
MBC〈일밤-러브하우스>  SBS〈좋은 친구들〉 KBS〈세상은 넓다〉 등 다수
△ 현재 활동
MBC 〈전파견문록〉, 〈암니옴니〉
SBS 〈동물농장〉, 〈인기가요〉, 〈일요일이 좋다〉
MBC 라디오 〈윤종신의 두시의 데이트〉고정 출연

 

TV만 틀면 볼 수 있는 얼굴이 있다면 TV만 틀면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성우 안지환 씨가 그 주인공. 현재 그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다수의 TV 프로그램과 외화의 성우를 맡고 있는 한편, 라디오 고정코너에 이어 MC로도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방송가에서 가장 바쁜 성우’라며 유수의 매체에서도 인터뷰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그가 학생들을 위해서 만큼은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흔히들 성우의 자질로 목소리를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력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 얼마만큼 풍부하게 잘 살려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뛰어난 성우는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때로 대본을 들고 입으로만 읽으려하는 일부 지망생들을 본다. 성우라는 직업은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정 몸으로 연기할 줄 아는 사람을 요한다.

그렇다면 성우의 연기는 배우의 연기와 어떻게 다른가
기본적으로 배우의 연기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목소리로만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배우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 녹음과정에서 성우들은 배우보다 더 리얼한 액팅(acting)을 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목소리는 바로 표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경직된 표정과 단조로운 몸짓에서 어떻게 리얼한 연기가 나올 수 있겠나. 가끔 어색한 더빙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성우들이 실제이상의 연기를 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 자신만의 연기철학이 있다면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 성우의 매력도 바로 이 ‘감춰져 있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특히 영화에서 더빙은 내가 아닌 남의 연기를 하는 것이므로 절제가 필요하다. 자칫 내 연기를 하게 되면 화면상의 실제 배우랑 맞지 않아 어색하게 된다. 더도 덜도 말고 꼭 배우만큼의 연기가 필요하다. 좋은 더빙이란 그 프로그램에 맞는 자연스러운 더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 역시 현실에서 편하게 말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 일각에서는 방송에서 스타성우 위주의 기용에 대한 지적이 있다.
물론 아무 정보 없이 무조건 스타 성우만 찾는 일부 프로듀서들도 문제다. 하지만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성우라는 직업도 철저히 실력위주의 세계다. 따라서 두각을 나타내고 실력을 인정받는 성우가 그만큼 많이 기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회에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회는 전속 성우 때부터 대체로 균등하게 주어지는 편이다. 때마다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자연스레 도태되는 것이다. 냉엄하게 들릴지 모르나 현실이 현실인 만큼 프로의식을 가지고 항상 연구하고 연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수많은 작품에 참여해오면서 가장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시사교양에서부터 쇼ㆍ오락,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다. 각각의 장르에서 나와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맡을 때가 좋다. 굳이 하나의 장르를 택하라면 외화를 꼽겠다. 외화야말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성우의 고유영역으로, 개인의 연기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어 아마 성우라면 누구나 외화에 특히 매력을 느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캐릭터의 조연 역할이 더 흥미롭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주인공을 주로 연기하게 되면서 오히려 단조로운 패턴을 유지해야 될 때가 많아 한편으로는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성우의 평소 목소리는 과연 어떨까 궁금해한다. 방송에서와는 또 다른 다소 '평범한' 목소리에 신기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목소리란 그때 그때의 캐릭터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은 자신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말하는 것이라 했다. 인터뷰 내내 천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연기력에서 비롯됨을 강조하는 성우 안지환 씨. 오늘 그와의 만남으로 인해 앞으로 영상 뒤에 가려진 성우들의 목소리가 더욱 생동감 있게 들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