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클럽』, 매튜 펄

기자명 함초아 기자 (choa84@skku.edu)

소설은 어디까지나 상상에 의한 창작으로 가공의 인물이 등장하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문학세계에 ‘팩션(faction)’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팩션 소설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열풍으로 시작해 이제는 소설계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로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가는 흥미진진한 팩션 소설. 매튜 펄의 『단테클럽』도 팩션 열풍의 주자 중 하나이다.

역사적 실존인물들의 등장
『단테클럽』에는 미국 문학계의 수많은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모임인 단테클럽의 회원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제임스 러셀 로웰, J.T.필즈, 올리버 웬들 홈스 등은 19세기 미국 문학계를 주름잡았던 천재적 시인들이다. 뿐만 아니라 주홍글씨의 나다니엘 호손, 애드가 앨런 포 등의 낯익은 이름도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문학 천재들로 구성된 단테클럽은 단테의 『신곡』을 번역해 최초로 미국에 번역본을 출간하려는 작업을 벌인다.

한편, 단테클럽의 주 활동지인 보스턴에서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의 형벌과 같은 모습의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도망 노예법의 무효를 선언하지 못했던 결단력 부족한 대법원장 힐리 판사는 살아 있던 상태에서 나체로 서서히 구더기에 의해 살이 파 먹혀 가며 끔찍하게 죽는다. 이는 <지옥편>에 등장하는 ‘중립자’의 형벌 모습이다. 또한 덕망 있는 목사로 존경받지만 실제로는 부정하게 돈을 모았던 톨벗은 <지옥편>의 성직 매매자 형벌처럼 산채로 땅에 파묻혀 발이 타들어가며 죽게 된다. 매튜의 끔찍한 살인 묘사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생생해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렇듯 유명인사의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단테클럽회원들은 일련의 사건들이 <지옥편>을 모방한 것임을 알아채고 범인을 추리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도입부의 지루함을 날려주는 이 역사추리소설의 묘미가 살아난다. 결국엔 늘 그렇듯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 필즈 출판사의 직원이자 단테에 심취해 있는 단 틸(DAN TEAL, 띄어쓰기를 다시 하면 단테 알-DANTE AL)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틸은 <지옥편>의 형벌로써 타락해 있는 보스턴을 선하게 만든다는 목적으로 모든 일을 꾸몄던 것이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역사적 사실들로 무장한 『단테클럽』, 과연 사실과 상상력의 경계는 어디일까?
『단테클럽』2권 부록 중 소설 속에 등장했던 70명에 달하는 실존인물의 목록도 독자들이 소설을 더욱 그럴듯하게 느끼는데 한 몫 한다. 비록 실존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 중 어디까지가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인지 독자들은 궁금해 마지않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 보스턴에 <지옥편>을 모방한 연쇄살인사건은 없었지만 롱펠로를 중심으로 『신곡』을 번역하는 모임은 실제 존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설 곳곳에는 19세기 미국의 역사적 사실들이 녹아나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사실적인 믿음을 주는 것과 동시에 미국사회의 내부적 모순을 고발한다. 백인들이 말조차 걸기 꺼려하는 흑인 경찰 레이와 도망간 노예를 옛 주인에게 돌려주는 도망 노예법은 남북전쟁 후에도 계속된 인종차별을 보여준다. 또한 거대 출판사가 문학 활동을 차단해 가난 속에서 비참하게 죽는 애드가 앨런 포의 일화와 그를 조롱하는 단테클럽의 회원들의 모습에서 그 당시 미국 문학계의 모순을 엿볼 수 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팩션소설 『단테클럽』. 미국 문학의 황금기, 19세기 보스턴 한 가운데로 가 단테를, 홈즈에 버금가는 추리를 펼치는 문학천재들을 만나보자. 단, 역사적 주변지식을 좀 더 갖추고 본다면 팩션 소설의 묘미를 200% 만끽할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