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박성원 씨

기자명 이은성 기자 (stylepear@skku.edu)

윤재홍 기자 youni@skku.edu
소설가 박성원(36)은 1994년 『문학과 사회』가을호에 단편소설 「유서」를 발표해 등단한 이후 기묘하고 신선한 느낌의 이야기를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 작가 중 하나다.

그의 소설의 특징은 매우 낯설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사람을 비춘, 「긴급피난」등에서 나타나는 충격은 박성원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정체성이다. 박성원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독자들 스스로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사건들의 연속을 통해 말한다. 지난 7월 세 번째 소설집 『우리는 달려간다』를 펴낸 그를 만나 소설가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문학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대학에서도 행정학을 공부했고 좀 더 평균적인 삶을 살 줄 알았다. 나는 단지 소설책을 좋아했을 뿐이었다. 소설을 쓰게 된 건 자기 만족 때문이었다. 다른 소설을 읽다가 나도 한 번 내 생각을, 내 공상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등단작인 「유서」를 썼다. 그것도 소설가가 되기 위해 쓴 작품은 아니었다. 「유서」가 『문학과 사회』에 실린 것도 같이 자취를 하던 친구가 나 몰래 잡지사에 보내서였다. 학생들이 자취를 하면 돈 한푼이 궁해지는데, 친구 녀석이 아마도 원고료로 술을 먹고 싶었나 보다.

■ 모티브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하다
몇 가지를 제외한 대다수는 순수한 영감에 의한 것이다. 항상 나는 상상을 즐기는 편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한 여자를 본다고 가정하자. 나는 그 여자가 무슨 사연으로 저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를 상상 해 본다. 그 곳에서 사건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왜 커피를 마시고 있고, 그 전에는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이처럼 계속 머리 속에서 가지를 치며 상상하다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돼 있다. 내 소설 작업의 대부분은 그렇게 이뤄진다.

■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치밀한 구성이 작품에 묻어난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독서의 묘미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을 때는 바로 예기치 못한 순간이 다가왔을 때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언제나 사람들은 다음 장면을 상상한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그리는 이야기가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을 때 가장 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쓰는 소설은 항상 그렇게 독자와의 대화하고 그들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주 소재를 이룬다
그저 ‘좋은게 좋은거다’하는 식의 의식은 발전을 없앤다. 「실종」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균적인 삶 -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고, 서른에 결혼을 해서, 1500cc 자동차를 구입하고, 마흔 쯤 돼서는 내 집을 장만하는 - 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설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고, 나는 그것을 인식의 방법에서 찾았다.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은 동일한 것이다. 인간을 살게 하는 산소가 실은 인간을 늙게 만든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있는 셈이다. 나는 독자로 하여금 ‘아, 이런 면도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는 연작형식으로 쓰여질 소설이다. 2편과 5편이 먼저 쓰여져 이번 작품집에 싣게 됐다. 1편부터 9편까지의 스토리로 쓸 생각이다. 「긴급피난」,「인타라망」의 내용이 서로 연관돼 있는 것처럼 아홉 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지그재그식으로 이어진다. 무한히 큰 그물을 말하는 ‘인타라망’의 뜻처럼 세상살이가 그물처럼 서로 촘촘히 엮여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현재도 집필 중에 있고 내 후년 쯤에 한 권으로 엮을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하고 싶던 것은 많았는데 요새는 이 연작 소설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얼른 작업을 마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