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명용 (사회과학부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사회에는 못사는 사람과 잘사는 사람들이 공존해 왔다. 이 지상의 어떤 사회체제도 못사는 사람들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내지는 못했다. 삶의 단계에서 가난을 포함한 각종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에 포함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못사는 사람과 잘사는 사람들의 격차가 크다. 따라서 그들이 받는 상대적 박탈감과 고통 또한 크다. 못사는 사람들의 문제가 가족, 친척, 이웃들에 의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경우엔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가가 사회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서 사회복지는 출발했다. 국가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문제의 경감 및 해소를 위해 국가자본 및 민간자본을 적절히 통합 관리해서 못사는 사람들의 복지수준을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리고자 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목적이다.

사회복지학에 대한 관심은 못사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고통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나는 졸업 후 종합상사에서 3년간 일했다. 종합상사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1980년대 초 내가 담당한 수출물품은 가방제조에 필요한 가공원단과 완제품인 가방이었다. 지금은 가방 생산 현장이 모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옮겨갔지만, 그 당시에 가방 봉제는 서울 및 근교의 쪽방과 같은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곳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제법 공장의 틀을 갖춘 곳도 있었지만 봉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략 비슷했다.

그 당시 봉제 및 관련 작업을 맡은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다.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가방을 만드는 봉제공들을 대하면서 나는 사회복지를 떠 올렸다. 그리고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만 3년간의 사회공부(종합상사생활)를 마치고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내 나이 서른 살 되던 해였다. 사회복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였다. 7년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문화와 언어가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실습이었다. 때로는 그들보다 내가 더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사회복지학은 이렇듯 사회문제 또는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고민에서 출발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인 또는 환경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기본 틀이다. 어떤 경우에는 개인이, 다른 경우에는 사회 환경이, 또 다른 경우에는 개인과 사회가 모두 조금씩 변화하여 사회 환경과 개인 간에 가장 적절한 결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복지실천의 목적이다.

사회복지학에는 여러 전공 트랙이 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복된 상태를 누리도록 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사회복지정책분야), 그 정책과 제도가 상대적 취약계층에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사회복지행정분야), 최 일선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직접 만나 그들이 자립,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한 연구(사회복지실천분야) 등 크게 세 가지 학문 분야가 있다. 사회복지는 순수학문이기보다는 응용, 실천학문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학부전공과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복지 분야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이 다양한 사회복지대상자들을 이해하고 돕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