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진 편집장 (rioter@skku.edu)

지난 7월 말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 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6·25 전쟁은 통일내전”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 표현이 시발점이 되어 많은 논쟁이 벌어졌으며 결국 이는 검찰총장의 사퇴라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최근에는 같은 학교 장시기 교수의 칼럼도 “김일성은 위대한 지도자” 라는 표현이 문제가 돼 각종 매스컴의 주요기사거리로 떠올랐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국가보안법이란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국가보안법은 지난 1948년 내란행위자 내지는 남로당원을 단속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후 수차례 개정되었지만 국가의 안보를 명분으로 꾸준히 그 시대의 소위 불온한 세력과 온당한 세력을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법의 역할이 항상 긍정적이고 의도했던 바를 모두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군사독재 시절에 이 법은 안보와 반공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에 대항하고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들과 단체들을 처벌하는데 악용됐고 정적(政敵)을 제거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게다가 UN 인권이사회는 지난 2002년 한총련 대의원 이정은씨가 제출한 한총련 이적규정 및 국가보안법에 대한 통보에 대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한총련 이적규정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아니며, 따라서 한총련 가입을 이유로 한 이씨에 대한 유죄판결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위반 된다”고 인정하였다. 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이씨에 대한 보상과 함께 국가보안법 7조 개정을 권고하였으며, 조치사항을 90일 이내 이사회에 통보하도록 하였다. 때문에 정부는 이 조치에 따라 10월 20일까지 조치사항을 UN 인권 이사회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런 국제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시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강정구 교수 발언에 대한 사법처리 논란이 대표적 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논평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의 결정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고무 찬양한 강정구 교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문제가 된 글 마지막에서 폭력몰이와 색깔몰이는 이제 그만하고 냉정한 이성적 논쟁을 하자는 당부를 했으나 지금의 상황은 색깔몰이 일색으로 또 일부에서는 폭력몰이로 결판을 내고자 한다”고 한탄했다.

국가 최고의 법인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1조에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고 쓰여 있다.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국가의 정체성 보호는 결국 우리나라의 정체성인 민주공화국의 이념이 제대로 실현됐을 때 이뤄지는 것이다.

편협하고 배타적인 사고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점점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계적 추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앞으로 구성원들의 진지하고 활발한 논의를 통해 국가보안법이 보다 넓은 의미의 안보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으로 다시 태어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