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미술품 경매사 박혜경 씨
김혜원 기자 kmswjch@skku.edu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미술품들. 이러한 미술품을 발굴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소하게만 들리는 미술품 경매사가 바로 그 주인공. 국내에 5∼6명 정도밖에 없다는 미술품 경매사들 중 (주)서울옥션의 박혜경 팀장은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의 시작과 함께 7년 간 100여 회의 경매를 진행하며 경매문화를 선도해 온 베테랑이다. “내 작품을 만나는 일은 혼사를 치르는 일만큼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박혜경 씨를 만나 미술품 경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필> △ 단국대학교 사학과 졸업(1989)
              △ 가나 아트갤러리에서 아트디렉터로 근무(1996)
              △ 현재 (주)서울옥션 미술품 경매팀 팀장

■ 미술품 경매사라는 직업을 소개해달라
경매사는 좁은 의미로는 경매를 진행하는 진행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경매사는 작품의 선정과 수급부터 전시 기획과 경매 진행, 마지막으로 낙찰 작품의 인도까지 경매의 모든 과정을 모두 총괄한다. 다시 말해 경매 시스템 내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술품 경매사는 종합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안목과 풍부한 시장 경험, 매끄러운 진행 능력 등 다양한 자질을 필요로 한다.

■ 예술품의 가치를 돈으로 잴 수 있는 것인가
예술가가 작품의 창작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산고의 고통’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나온 작품이 팔릴 시장이 없다면 예술가의 창작욕이 꺾일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작품의 가치를 재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경매가격이 작품의 시세,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경매문화가 완전히 정착되면 경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질 것이다.

■ 미술품 경매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일전에 내가 진행하는 경매에서 한 대기업의 회장이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를 당시 경매사상 최고가인 7억 원에 낙찰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회장이 거금을 주고 산 작품을 인천시에 기증한 것이다. 그래서 그 작품을 인천 송화미술관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뿌듯했다. 이 외에도 무명작가의 작품을 발굴해 그 작품이 가치를 인정받고 높은 값에 팔릴 때 미술품 경매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 경매에는 대개 고가의 미술품이 출품돼 많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낀다
몇 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출품되는 경매는 사람들의 생각만큼 많지 않고 오히려 열린 경매나 온라인 경매와 같은 대중적인 중저가 미술품 경매는 자주 열리는 편이다. 그러므로 훗날 컬렉터가 될 대학생들이 경매장에 자주 와서 관람하길 바란다. 작품을 보는 안목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고 교육을 통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다양한 미술품을 관람하다보면 자신의 취향과 예산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경매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미술품은 고가만 파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 미술품 경매시장의 전망은 어떠한가
화랑과 경매가 미술품 시장의 양대 축을 이루는 현재 구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 같으나 경매는 그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매는 공개적인 시장이라 가격이 객관적이므로 누구나 믿고 거래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이처럼 미술품 거래 시장이 객관적인 가격으로 신뢰받기 시작하면 미술도 하나의 산업으로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경매문화는 지금의 ‘향유와 소장 문화’단계에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녀를 찾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와 연신 미안함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이던 박혜경 씨.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그녀의 얼굴에선 피로함이나 짜증 대신 당당함과 프로의식, 그리고 국내 경매문화를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의 사명감이 엿보였다. 이러한 사명감에서 우러나온 마음 때문인지 그녀는 기사를 읽고 관심 있는 학생들이 문의할 수 있도록 기사의 말미에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꼭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오늘도 빠듯한 일정 속에서 comzihur@seoulauction.com 로 들어올 예비 컬렉터, 예비 미술품 경매사들의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