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스케치]

기자명 이곤미 기자 (luckygm@skku.edu)

왠지 모를 음산함과 긴장감이 주는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여기 이 전시를 찾아보면 어떨까. 사진예술계의 세계적 거장이라 불리우는 랄프 깁슨(1939~ㆍ미국)이 드디어 한국에 왔다. 이번 사진전은 현존하는 세계적 사진작가 랄프 깁슨의 작품이 한국에 첫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단연 주목을 끈다.

랄프 깁슨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 추리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마치 추리물의 단서처럼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일부분만을 선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맞춰보라고 하는 듯 하다. 빼꼼히 열린 문 사이로 불쑥 나온 검은 손의 정체는 무엇인가, 또 요람 속 쭉 뻗은 아기의 손은 급박한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인가. 그의 사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감상자로 하여금 끝없는 추리를 하게 한다.

그러나 해답은 없다. 랄프 깁슨은 한국의 팬들에게 미리 보낸 편지에서 “시간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게 변한다는 것이 바로 예술이 기술보다 나은 졈이라며 “나 자신에게 내가 무엇을 보는가를 알려주는 카메라는 나의 엄격한 거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보고 해석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현재의 심리,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진은 관객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전시장에는 그가 사진 활동을 막 시작한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친 대표작 88점이 △초기 작품 △흑의 3부작 △에로티시즘 △칼라사진의 4가지 테마별로 전시돼 있다. 우리 학교 예술학부의 사진예술학과(성인교육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이순자(48) 씨는 이날 전시장을 찾아 “70년대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이 한국에 전시된다는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며 “책에서만 봐왔거나 전에 보지 못했던 그의 작품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보게 되니 재밌고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작품뿐만이 아니라 직접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다. 7일에 있을 작가의 특별 강연 및 사인회는 평소 그의 팬이나 사진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 이번 전시를 통해 빛과 어둠, 과감한 구도와 절제의 미학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된 ‘낯선’ 일상을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지.

△일시:11월 3일~12월 4일
△장소:인사동 선화랑ㆍ선아트센터
△관람료:학생 4,000원
△문의: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