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진 편집장 (rioter@skku.edu)

얼마 전 본지에서는 ‘전공설명회의 부족’과 관련해 양 캠 학우 2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확하게 계산된 수치는 기자들이 우려했던 그것을 명쾌히(?) 보여주었다. ‘전공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충분하지 않다 85%’, ‘전공설명회를 참여해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전공선택(전공이해)에 도움이 됐습니까?’ ‘도움이 되지 않았다 63%’. 이런 기막힌 수치를 보고 있자니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를 실시한지 거의 10년째가 되는 이 시점에서 학교당국이 얼마나 노력을 했나하는 의문이 든다.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는 본래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할 기회를 주고 교수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도입됐다. 덕분에 우리 학교는 정부의 많은 지원과 학생들의 입학성적 상승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일부 인기학과 편중으로 전공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선후배간의 유대 부족, 전공분야 전문성 결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또한 지난 국정 감사에서 드러난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절반이 학과제로 회귀했다. 때문에 여당의 한 의원은 학부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내외의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당국은 대책마련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앞에서 예를 든 전공설명회를 보면 해도 학교의 준비와 해결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가 실시되는 학교에서 전공설명회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이를 해당학부나 학과 학생회가 도맡아 하고 있다. 때문에 매년 전공설명회의 규모와 질적인 측면은 보장되지 못하고 학생회가 세워지지 않는 최악의 경우 설명회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이처럼 학생 및 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가  예는 호암관 리모델링을 비롯한 각종 건물의 신개축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호암관 리모델링은 공간배정 과정에서 학생의견 수렴 부족, 학내 건축 철학의 부재 등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미 공사가 시작됐고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대답은 구성원 입장에서 개운치 못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렇게 많은 예산과 오랜 기간이 필요한 큰 공사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 아닌가? 특히 인사캠 같이 상대적으로 좁은 캠퍼스에서는 그만한 공간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

우리 학교에는 현재 'VISION 2010+'를 위시해 많은 사업과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위의 예처럼 목적과 수단의 주객전도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교육을 산업이라하고 그것을 또 다른 서비스라 부르는 마당에 ‘고객’의 목소리에도 좀 귀를 귀울여 달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지나친 요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