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의 죽음을 발단으로 시작한 무슬림 청년들의 시위가 파리 외곽에 거주하는 소외층 이민자들 모두에게로 확산된 것이다. 시위대는 경찰차를 방화하고 경찰은 이슬람 사원에 최루탄을 발사했다.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되기까지에는 프랑스 내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무슬림 청년들의 분노가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 이민 2세 무슬림 청년들은 학교에서는 자랑스러운 프랑스인으로 교육받았으나 사회에 진출한 후에는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을 받게 되었다. 프랑스 대졸자 실업률은 5%인데 북아프리카 출신 대졸자 실업률은 26.5%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아가는 무슬림 청년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발언이다. “인간쓰레기들을 진공청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위대들은 사르코지 장관을 프랑스 이민자들의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며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사르코지 장관은 야간통행금지령과 전면전 선포로 응답했다. 한편 사태가 한창 중이던 11월 2일과 3일 실시된 유력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장관은 57%의 지지율을 얻었다고 한다. 이미 그는 범죄와의 전쟁 및 이민자 통합 정책으로 프랑스 주류계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었다.

소위 ‘긍정적 차별’론으로 대변되는 그의 이민자 통합 정책은 소외층 이민자들과 주류계층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민자들을 별도 관리하여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자는 것이다. 이러한 사르코지 장관이 무슬림 청년 시위대들을 ‘쓰레기’로 비난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행동은 언뜻 모순돼 보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의 언행은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게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프랑스 주류계층에게 온전히 순응하는 이민자들은 긍정적 차별의 대상이 되지만 거기에서 벗어난 이민자들은 쓰레기가 되어 진공청소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즉 불법 이민자와 범죄자에 대한 ‘제로 똘레랑스(무관용)’ 정책이 적용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사회 기강을 해치는 범죄자에게까지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는  소외층 이민자들을 이미 범죄자로 가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로 똘레랑스 정책은 긍정적 차별의 대상에서 누락된 ‘가정된 범죄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가 아닐까? ‘쓰레기’ 발언 이후에도 사르코지 장관이 획득한 57%의 지지율이 이러한 의문에 답을 주는 듯하다. 이민자들은 이미 가정된 범죄자이기 때문에 프랑스 국민의 57%는 이들을 진공청소해야 한다는 사르코지 장관을 주저없이 지지하는 것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똘레랑스 전통은 이민자들을 비껴 흐르고 있었다. 타인에 대한 용인은 어디까지나 주류사회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며 이민자들은 용인할 필요가 없는 타인들이었던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우리 사회에도 합법, 불법을 막론하고 35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프랑스 주류사회의 그것과 같다면 오늘의 프랑스 소요사태는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