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뮤지컬 음악 감독 구소영(35) 씨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춤. 그리고 여기에 관객을 사로잡는 음악이 더해져야 비로소 환상적인 뮤지컬은 완성된다. 때로는 소박하고 애절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극을 이끌어 가는 뮤지컬 음악. 이를 지휘하는 음악 감독은 뮤지컬에 있어 총 사령관과 같다. <명성황후>, <달고나>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뮤지컬 음악 감독 구소영 씨를 만나 뮤지컬 음악과 그의 작품관에 대해 들어봤다.
뮤지컬 음악감독 구소영 씨 | ||
<프로필>
△데뷔작
<명성황후>(1999) 음악 조감독
△참여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01) <한 여름 밤의 꿈>(2002)
<달고나>(2004) <송산야화>(2005) 외 다수
△현재 <로미오와 줄리엣> 음악 연출
■ 뮤지컬 음악 감독이 하는 일은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뮤지컬에 관련된 직업이 세분화돼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뮤지컬 음악 감독은 공연 전반에 걸쳐 음악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총체적으로 담당하는 음악 연출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창작 뮤지컬의 경우는 음악 작업 외에도 대본 구성, 배우 오디션에서부터 함께 해 담당하는 역할은 매우 광범위하다.
■ 뮤지컬 음악만의 특성은 무엇인가
뮤지컬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이것이 전달하려는 의미이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배우의 대사와 같아 이를 통해 감정을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뮤지컬에는 다양한 음악이 녹아있기에 노래 한 곡 한 곡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은 오히려 극 전체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드라마적인 기승전결을 담아내야 하며 멈춰있는 음악과 살아있는 음악을 활용해 움직임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돋보이고자 하기에 특히 이를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나 역시 내 의견을 고집하고 욕심을 부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항상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지려 한다. 마치 퍼즐이 각각의 조각이 다 모여야 하나의 그림이 되듯 뮤지컬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욕심을 버리고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오랫동안 뮤지컬의 관객이었기에 관객의 마음에서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작품의 규모를 떠나 우리에게 잊혀진 가치를 느끼게 하는, 취지가 분명한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언젠가 ‘사람을 살리는 예술을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소박하더라도 진솔하고 울림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특히 창작 뮤지컬의 경우 음악 감독은 2차 창작자로서 나만의 색깔을 더할 수 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는 초연 시의 짜릿함. 이것이 창작 뮤지컬만의 매력이며 내가 창작뮤지컬을 선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 전문화돼있지 않은 우리 뮤지컬계의 인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한 약점이 어쩌면 오히려 희망적일 수 있지 않겠나. 뮤지컬 음악 감독은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중이기에 감독 층이 두터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또 관련 직업 분야가 아직 세분화돼있지 않은 것은 뮤지컬이 영화나 연극과는 달리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너무 결과에만 집착하고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뮤지컬은 현재 발전단계에 있으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
■ 뮤지컬을 더욱 즐겁게 관람하는 방법은
뮤지컬은 노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노래를 노래로만 봐서는 전체 작품의 이해가 힘들 수 있다. 뮤지컬에서 노래와 춤, 연기는 그 표현방법이 다를 뿐 모두 같은‘언어’임을 생각하며 관람했으면 좋겠다. 또 뮤지컬은 많은 이들의 수고가 어려있는 종합예술이므로 음악, 연기 등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갖고 관람한다면 그 의미가 더욱 새로울 것이다.
현재 락 뮤지컬〈로미오와 줄리엣〉준비에 한창 바쁜 그녀에게서 진정으로 일을 즐기며 당당함을 잃지 않는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무대는 신성한 곳이라 여기는 그녀의 신념이 바로 뮤지컬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아닐까. 호소력 짙은 음악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뮤지컬 음악 감독 구소영. 앞으로도 아름다운 하모니가 돋보이는 뮤지컬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