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 정호승

기자명 김지은 기자 (envykies@skku.edu)

일반적으로 동화(童話)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이 읽는 아기자기한 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보기 좋게 글씨는 큼지막하고 색색의 그림이 눈길을 끄는. 그런데 뜬금없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니? 굉장히 아이러니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동화를 통해 아직 우리가 더 깨우쳐야 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는 정호승 시인의 『스무 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스무 살, 사랑의 오솔길을 걷는 때
정 시인은 책의 서문을 통해 사랑이 시작되는 가장 아름다운 나이, 스무 살을 예찬하고 있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살고 있으며 사랑이 시작되는 조약돌과 같은 시간을 쥐고 있는 나이. 그러한 설렘을 갖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순수한 열정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 동화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찍이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기쁨이 있는 곳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있는 곳에 또한 기쁨이 있다’라고 괴테가 밝혔듯이 우리 삶에서 사랑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얼마나 사랑의 순수함을 기억하고 그 진실성을 지켜내고 있는지. 이제 책의 첫 장을 열고 서로를 사랑하는 다양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자.
단, 서둘러 읽지는 말자. 다소 단조로운 구성에 손바닥만한 길이 그리고 예상 가능한 결말이라 하더라도 동화의 또 다른 한 축인 그림과 함께 음미한다면 그 의미는 한 뼘 더 커질 수 있다.

그리움 그리고 다가서기
이 책의 1권에는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욱 배려할 줄 아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
쳐진다. 사랑하는 다람쥐와 함께 있고 싶어서 자신의 가시를 벗긴 한 고슴도치의 이야기에서 자기 희생을 통한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인지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든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고민을 하는 것일까.
또한 꽃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별을 몹시 사랑한 나머지 별불가사리가 되어 지구별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순수한 애정만으로 그리워하고 그리고 다가서 함께하는 모습에서 그 용기가 몹시 부러울 따름이다. 다른 이야기를 더 보면, 우리가 쉽게 그리는 동그라미에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그라미가 시작점으로 돌아가듯 사랑도 언제나 첫마음으로 돌아간다면 뒤늦게 후회하는 아픔은 없을 것이다.

사랑을 통해 발견한 나의 모습
앞서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볼 수 있었다면 이 과정 안에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2권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향기가 더 멀리 퍼진다며 다투는 두 꽃에게 바람은 진정한 향기라면 스쳐 사라짐으로써 영원하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개나리와 목련 그리고 진달래는 꽃의 나라에서 언제나 이기적으로 그들만 봄을 알린다며 다른 꽃들의 시기를 산다. 그리하여 의결한 것과 같이 봄이 되면 다 같이 잎을 틔운 후 꽃을 피우려 하지만 스스로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또다시 먼저 꽃을 피우고 만다. 자신의 본성을 어찌할 수 없던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자아에 관해 사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먼저 이야기의 꽃처럼 맹목적으로 자신을 과시하며 살 것인지 후자의 개나리처럼 자신의 열정과 신념이 이끄는 대로 살 것인지 짧은 이야기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동화를 통해 지나치게 익숙해 잊고 살았던 아름다운 정서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첫마음, 진심 그리고 용기와 같이 나이가 들며 점점 멀어졌던 가치를 말이다. 동화를 읽으며 그 마음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어름들을 위한 동화는 그 색이 바랜 순수와 동심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