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진 편집장 (rioter@skku.edu)

요즘 MBC 방송국의 게시판은 그야말로 네티즌들의 폭격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의 실패로 난조를 겪고 있는 판국에 지난 22일 방영된 ‘PD 수첩’은 네티즌뿐 아니라 각종 언론매체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엔 이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들 두 곳이 광고를 중단하고 네티즌들은 촛불시위를 준비한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한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커다란 반향이 일어나는 것은 참 이례적이다.

하지만 MBC ‘PD 수첩’ 보도의 질을 떠나서 현재 황우석 교수의 윤리논란에 대해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PD 수첩’ 보도와 황우석 교수의 윤리논란에 관련한 보도들이 지극히 민족주의와 애국을 강조한 나머지 본질을 흐린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미 지난해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 에서 의혹을 제기하였을 때도 사실을 답변하지 않았으며 국제적인 윤리적 기준에 일부 맞추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을 제외하면 대부분 황우석 교수의 연구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온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가 좌초될 위기라며 국제사회의 시각이나 기준은 망각한 채 선정적인 보도를 펼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바로 매장될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23일 국회에서 통과된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 동의안’을 보면 여러 언론들의 일관성 결여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쌀 비준안 협상에선 지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한 국제사회의 약속이고 기준이라며 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연내 처리를 강행했다. 이 가운데 많은 농민들의 격한 시위가 있었고 현재도 철회시위과 정권퇴진운동이라는 극한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어떤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농민들을 설득하는 여러 가지 채널이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국제사회의 약속과 기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주요 언론들은 이것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 후 후속대책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런 많은 논란과 격한 의견대립이 발생하는 마당에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후속대책 마련이라는 것이 제대로 된 의견수렴과 결정인가? 왜 이점의 문제점을 진작에 지적하는 여론은 없는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유엔총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우리 정부가 기권한데 대해 “대한민국은 인권국가이기를 포기했다”며 선언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가보안법 또한 UN인권이사회에서 개정 및 관련 피해자 보상을 날짜까지 지정해서 요구했는데 말이다. 이처럼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많은 논란들이 세계적 기준이나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시각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용자의 객관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요구보다는 앞장서는 언론들의 반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