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05년 11월 24일 오후 2시. 황우석 교수는 수백 명의 취재진 앞에서 연구과정에서 있었던 윤리적 과실을 인정했다. 바이오 한국의 선봉장이었기에 그의 기자회견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국제 과학계의 점증하는 압력과 일부 언론의 종용에 의해 빚어진 사태의 성격도 강해서 많은 사람들을 격앙시켰다. 회견 후에 실시된 대부분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황교수에게 별 문제없다’고 응답한 결과가 그런 정서를 잘 대변해준다. 그만큼 국민 다수가 비판보다는 격려로 황 교수 연구팀의 편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황우석 교수의 윤리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아직 거센 시기이지만,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고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정황이야 어찌되었든 황우석 교수 스스로 과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제무대에서는 꼭 한번 검증받고 넘어가야할 사안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당대의 거장으로 꼽히는 리더도 실수를 한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수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찾아내는 성공노하우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논란의 시시비비에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3개월의 가치를 찾아내어 발전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난자의혹’ 논란은 과학계의 연구개발에 크게 세 가지 교훈을 가르쳐주었다고 판단된다. 첫째, 연구자의 위치를 지켜주어야 한다. 황 교수 연구팀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국가적인 관심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연구 실적이 마치 정부나 특정기관의 실적인양 확대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서 연구팀의 상징성은 과도한 수준으로 고양되었고 황 교수의 행보 역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과학은 과학이다. 국가적 차원의 홍보가 아니더라도 탁월한 연구 성과는 반드시 인정받도록 되어있다. 연구팀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 시스템을 중시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실질적인 연구 성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연구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각 구성원의 역할이 정확히 공유되었다면 매끄럽게 예방될 수도 있었다. 이번 일에 관련된 사람 중에는 국제윤리지침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고 하니 얼마나 무심코 연구개발 시스템의 일원으로 활동했는가를 알 수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제 연구개발 시스템의 요건에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과학은 이성적 판단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으며 마치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당한 것처럼 분노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제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과학은 과거 수준에 비해 얼마나 본질적으로 진일보시켰는가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받는다. 일시적 분위기에 편승한 여론몰이식 지원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냉정한 확률과 전략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입과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황 교수 연구팀의 일시적인 좌절은 한국 과학계에 큰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바로 위대한 목표를 향한 도전일수록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훈을 기억하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3개월의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