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는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벗어난 지 3년째 되던 1948년에 제3차 국제연합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선언에는 인권의 보편적 존엄성이 명시되어 있다. 인권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두루 적용되는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대규모 살상을 경험한 인류가 비싼 대가를 치른 뒤에 비로소 얻은 값진 유산이라 하겠다.

최근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25일까지 인터넷에 성폭력 피해 경험담을 띄우는 ‘온라인 성폭력 피해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40여명이 여성이 용기를 냈다. ‘파란세상’이란 아이디의 여성은 어린 시절 성폭력의 경험담을 어머니에게 말한 뒤, “이 얘기 엄마말고 누구한테도 하지 마. 너랑 결혼할 사람이라도 이야기하면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마음 속 깊이 응어리졌다. 이제 그 상처를 드러내서 치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습 폭력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여성이 있다. 올해 36세인 주부 이 모씨는 장기간 음주 폭력이 자행되어 왔으며, 게다가 자녀들에게 먹이려고 구해 둔 돼지고기를 술과 바꿔 마신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녀를 돕기 위해 여성단체가 나섰다. 서울여성의전화는 변호사 선임 등의 법률적 지원과 기금 마련, 서명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청된다. 여성이 자아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사회 안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을 모아야 할 때다. 국내 최초로 한국 여성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화공간인 여성사전시관이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전시관은 2002년에 설립된 이래 여성의 발자취를 담은 자료를 발굴하여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일에 종사해 왔다. 상설 전시중인 ‘위대한 유산 : 할머니, 우리의 딸들을 깨우다’는 기획은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역사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세계인권선언에 주목해 보자. 거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아직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인권에 대해 사회의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여성 인권을 되찾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회 일각의 힘겨운 몸짓들을 향해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