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일상이 그녀를 위협한다”
“그녀의 일상이 그녀를 위협한다”
  • 성대신문
  • 승인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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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부문 최우수작 오주연, 이선규(신방) 학우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사는 회사원 정혜미(23) 씨는 생리 중이다. 그녀가 하루에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의 개수는 5~6개. 생리기간 내내 생리대를 차고 있다 보면 어느새 밑이 얼얼해지고 쓰라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굽이 높은 신발은 쉽게 발을 피로하게 해서 별로 좋아하지는 그녀지만 날씬해 보인다는 이유로 선택한 하이힐은 오늘도 결국 발을 퉁퉁 붓고 허리마저 뻐근하게 만든다. 치마를 입는 날이면 스타킹과 거들을 입는다. 그러나 이것들은 보기 싫은 살을 가릴 순 있지만 심하게 조여 바람조차 통할 여유가 없게 되면 팬티 이음새에 사타구니가 배겨 빨개지고 만다. 답답한 브래지어는 계속 가슴을 억눌러 빨리 집에 가서 벗어 버리고 싶다.

정혜미씨의 일상을 통해서 살펴본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여성의 몸을 위협하는 것들은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월경을 할 때 누구나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는 한 달에 평균 6~7일의 기간 동안 20개~30개 정도를 착용한다. 여기에 최근 증가하고 있는 청결을 위한 팬티라이너까지 합한다면 평균 하루에 한개 이상의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생리대 사용을 해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짓무름과 냄새에 대한 불쾌감, 가려움 등으로 고생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생 김혜정(23) 씨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다 보면 피부가 따끔거리고 짓무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민감한 살결에 닿는 건데 미세먼지가 묻어 있거나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생리대 사용이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생리대의 안정성 문제 및 생리대 가격 인하 운동을 펼쳐 온 한국여성민우회(대표 :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에서는 생리대 제조회사 측에게 생리대의 원료와 생리대에 사용된 화학 물질 성분, 염소 표백 여부에 대해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돌아온 건 생리대 겉포장에 적혀 있는 재질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제조 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순백의 희고 흰 흡수커버, 이제는 더 이상 얇아질래야 질 수 없다는 1.5mm의 두께, 뿐만 아니라 날로 발달하는 흡수력과 흡수속도를 지닌 생리대가 이렇게 날로 좋아지는 성능과 비례해 과연 얼마만큼의 화학 약품을 쓰는지가 궁금해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해주듯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와는 무관하게 현실에서는 △생리통 △발열 △피부 짓무름 △가려움 등을 호소하는 여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더군다나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월경을 부끄럽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 탓에 여성의 이러한 어려움들은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러한 월경을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문화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인 피자매연대(www.bloodsisters.or.kr)는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일회용 생리대에 맞서 직접 면 월경대를 만듦으로써 안정성을 지키고, 여성의 자연스러운 월경을 긍정하는 대안월경대를 만들고 있다. 이를 필두로 하여 이제는 많은 단체들이 대안월경대 만들기 모임을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회장:최김하나·사학4)에서도 매주 월요일 2시~4시까지 대안 월경대 만들기 모임이 진행 중이다. 모임을 주최하고 있는 최김하나 총여학생회장은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가 여성이 아닌 남성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여성들이 월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 하고 감추려고한다”며 이어 “대안월경대 만들기를 통해 여성들이 월경에 대해 좀더 개방적으로 이야기하고 토론함으로써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월경의 진정한 주체가 되어 자신을 좀 더 소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안월경대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일상생활에서 그녀들을 위협하는 것은 비단 일회용 생리대뿐만이 아니다. 코끼리의 발 압력보다 여성들의 하이힐의 압력이 더 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힐은 여성의 건강에 좋지 않다. “건강에 안 좋은건 누구나 다 안다. 그래도 다리도 길어 보이고, 하이힐이 더 섹시해보여 많이들 신는다” 이미희(22) 씨는 하이힐을 신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많은 여대생들은 하이힐이 몸매보정과 다이어트 효과에 탁월하며 가슴선과 힙선, 허리선을 살려주어 몸매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시흥동 ㄱ안과에서 간호원으로 일하는 황영은(23) 씨는 키가 작아 늘 굽이 높은 신발을 신는데, 특히 여름이 되면 5~7cm되는 샌들 모양의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기는 하지만 157cm의 키를 커버하고 싶은 바램이 더 컸기에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족욕을 하던 중 문득 엄지발가락 뿌리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와 변형되어 있는 자신의 발을 발견했다.

하이힐을 장시간 신게 되면 우선 발의 기형을 초래하며, 잘못된 걸음걸이를 유발. 자칫 무릎 허리 발뒤꿈치 등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황씨과 같은 증상은 ‘엄지발가락 외반증’으로 증상이 가벼울 땐 보조구로 교정할 수 있으나,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이힐의 경우는 대부분 볼이 좁고 굽이 높기 때문에 발가락을 심하게 조여 주어 발의 모양을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굽이 높은 신발은 굳은살이나 티눈이 생기고 쉽고, 상체가 앞으로 쏠려 허리가 휘는 등 척추 건강에도 해롭다.

이외에도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은 상당히 많다. 체형보정을 위해 입는 꽉 끼는 코르셋이나 거들은 혈액순환이나 체내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므로 몸에 좋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는 피부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브래지어의 와이어는 좀 더 아름다운 가슴라인을 만들어 주는 이면에 가슴을 억눌러 귀가하자마자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여성들을 답답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대부분 성인남성들 기준으로 이뤄져 있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은 성인남성의 걸음걸이에 맞춰져 어린이나 여성들은 빠른 걸음으로 건너야 하며, 알약의 1일 섭취량 역시 성인남성의 몸에 그 기준이 맞춰져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 강의실에 책걸상 크기 역시 남성체격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많은 여학생들이 어정쩡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다.

여성의 몸이 이렇게 구속받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정한 잣대로 그녀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도 관계가 있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요구하는 남성 중심의 시각은 여성들에게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범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 속에서 그녀들은 그녀의 생활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이제는 여성 스스로 그 위협을 떨치고 소중한 몸을 위해 자신의 일상에 반기를 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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