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호성 기자 (crash1524@skku.edu)

 ‘동기사랑~ 나라사랑?’ 정말 그럴까? 술자리에 늘 나오는 구호지만 왠지 실감가지 않는 낯선 말이다. 선배란 호칭 역시 너무 자주 쓰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가장 피상적인 말인지도 모른다. 신입생 명찰을 달고 캠퍼스를 휘젓는 게 조금 익숙해 질 때쯤이면 누구나 말하는 대학생활의 피상적인 인간관계 문제와 허무한 일상에 회의를 갖게 된다. 나 역시 이런 고민 끝에 성대신문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건만 이게 웬일. “너 신문사 들어가려면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걸”이라는 주변의 말을 무심코 흘려들었는데,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아침부터 매일 나와 트레이닝을 받으라니! 그것도 무려 8주씩이나.

잠이 많아 모든 수업은 12시 시작으로 맞춘 나에게 아침부터 학교에 나오라는 트레이너의 말은 곤욕이었다. 트레이닝이란 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그래서 ‘수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전반적인 신문사 업무와 체계를 배우게 되고, 무엇보다 언론인이 되기 위한 계단을 밟아 가는 단계인 것이다. 그럼 트레이너는 뭐지? 신문사는 말 그대로 신문을 만드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고 하는 역할도 다르다. 트레이너는 앞으로 신문사의 주역이 될 아직은 어리버리한 나를 도와주는 도우미라고나 할까.

아침과 저녁, 트레이닝을 받는 내내 계속되는 과제와 엄격한 시간관리, 게다가 아침잠이 많은 난 늘 지각을 해서 혼나는 게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지만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신문사 너무 빡세, 그만둘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랬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계속해서 피상적인 인간관계와 허무한 생활에 회의를 갖는 1학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트레이닝을 다시 바라보자 다른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트레이닝이 없는 주말이 허전하게 느껴졌고 오전, 오후를 같이 보내는 친구들이 동기가 아닌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로 보이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을 나와 같은 나이의 또래 학생들이 기자란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면서 그들이 너무 멋지고 부럽게 느껴졌다.   

산더미 같은 과제에 혼만 내는 공포의 대상으로 보였던 트레이너들이 차츰 좋아지는 것도 이때쯤이었다. 이제 수습 딱지를 떼고 나도 그들과 같이 일하게 되는 단계에 올라서자 트레이너들이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우리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는 걸 알게 됐다. 부족한 나에게 사랑하는 동기들을 소개시켜 주고 동경에 대상들과 함께 생활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트레이닝. 이젠 “내가 트레이너 되기만 해봐라”의 어조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