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청춘, 용기와 모험심
꿈이 없는 젊음은 젊음이 아니다. 꿈도 원대하고, 고매한 꿈이어야 한다. 이런 꿈을 우리는 청운의 꿈이라 한다. 아무리 활기찬 육체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청운의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지 않은 자는 진정한 젊은이가 아니다.
사무엘 울만이 말한 대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생활을 위한 소심성을 초월하는 용기와, 안이함에의 집착을 초월하는 모험심을 갖춘 탁월한 정신력을 뜻한다. 또한 청춘의 특징은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충천하는 기백에 있다. 그러므로 이런 정신력이 없는 자는 생물학적으로 10대나 20대라 할지라도 젊은이가 아닌 늙은이에 불과 하다. 더구나 청춘의 특권을 누리는 대학생이라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현실에 억압된 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젊은이가 아닌 대학생들을 교정이나 강의실에서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이다. 이들의 의식은 너무나 현실 지향적이다. 이상에 불타야 할 가슴은 싸늘한 냉소주의로 뒤덮여 얼음처럼 차갑고, 인생과 우주의 신비나 의미에 대한 탐구로 여념이 없어야 할 그들의 머리는 자질구레한 현실적 손익 계산으로 꽉 차있다.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학점을 잘 딸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취업에 유리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는 물론 현실주의적 태도를 무조건 비하하거나 평가절하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처럼 처절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현실적 감각도 익혀야하고, 도구적 기술도 습득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세계 언어인 영어를 능란하게 구사하지 않고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려면 컴퓨터 실력도 수준급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 생활이 이런 도구적 학습으로만 끝나 버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한번도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은 삶이 의미 있는 삶일 수 있을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나 자신의 일부분인 역사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조차 가져 보지 않은 자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대학 생활이 끝나고 나서 언제 이런 물음을 던질 기회가 있단 말인가?
흐릿한 눈빛의 사람들, 얼굴에 기백이 없는 사람들, 어깨가 축 처져 있는 사람들, 걸음걸이에 힘이 없는 사람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될지 모르겠다는 듯한 무료한 표정의 사람들을 교정에서 만날 때, 측은한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어찌하여 이들은 이토록 젊은 나이에 60대의 늙은이가 되어 버렸단 말인가.

진정한 젊음을 위하여
진정한 젊은이라면 당장 죽는 한이 있더라도 기백이 흘러 넘쳐야 하고, 청운의 꿈이 아니라면 백일몽이라도 꿀 수 있어야 한다.
청운의 꿈이라 해서 단순히 권력 지향적인 자세를 가지라거나 세속적인 큰 성공을 추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무언가 자신의 삶을 제대로 한번 그럴듯하게 설계해보라는 것이다.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될 구상을 한번 해보라는 것이다.
저 언덕의 큰 소나무가 되지 못한다면 산골짜기의 잡목이 되어도 좋고, 선장이 되지 못한다면 선원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혹은 태양이 되지 못한다면 별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단지 하나의 조건은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꿈이 없는 자는 그 어느 것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미 노인이기 때문이다.

이한구 (철학 교수)
----------------------------------
한국분석철학회 회장 역임
저서 '역사주의와 역사철학'
        '사회과학의 철학'공저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