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옥표(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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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약학위원장
저서: 처방조제와 복약지도, 생약학, 본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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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의료 전달체계

의약분업에 대한 논의 전에 오늘날 우리나라의 의료 전달체계는 어떠한지를 살펴보자. 의료기관은 1차, 2차 및 3차로 나누어 있고 응급진료 체계는 예외로 되어 있다. 건강보험은 국가의 관장아래 국민 모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는 ‘국민개보험’으로서 이는 사설 보험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교통사고 등 상해보험은 예외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시장경쟁 체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비추어 보면, 국가 사회보장 체제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의료시장의 자유 경쟁체제를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누구나도 어렵지 않게 많은 의문과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의약분업이 가져온 변화

금번에 도입된 우리나라의 의약분업 제도는 단순히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전문 직능간에 업무를 조정한 것만이 아니라, 진료받는 곳과 약물을 구입하는 곳을 나누는 업권의 분업기에 병원과 약국을 한 장소에 두게 하지 못하게 하여 약물의 오용과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약물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처방전을 소비자용과 약국용으로 발행하게 하여 약물 사용에 대하여 수요자 및 공급자 간의 상호관리 체제를 갖추게 하고 있다. 여태껏 의료 기록이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외부 유출을 엄격히 차단하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크나 큰 변화일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과제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된 지금, 약을 다른 곳에서 구입하여야 하는 불편함과 의료비용의 증가, 애초 목적했던 약물의 오남용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건강보험의 적자만을 초래하는 지금의 현상이 의약분업 때문은 아닐 것이며,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약물을 오남용하자고 분업 대신에 담합을 한 때문은 더욱 아닐 것이다. 의료비의 증가는 노령화와 더불어 생활 수준이 올라가는 선진국에서 생기는 공통된 문제점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의약분업으로 구미 국가들은 이외에도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에 의료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국가가 이를 통제하지 아니하고 국민들이 우선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생길 것인지 상상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국민복지 향상에 중요한 기본 요소가 되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 우리 모두에게는 매우 어려웠던 구조 조정 과정이나 수많은 공적자금의 투입 등 서로간의 엊갈린 이해 관계 등으로 많은 문제와 시비가 끊임없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IMF라는 고난의 터널을 탈출하고 도약을 꿈꾸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국가 사회의 모든 계층과 모든 분야에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 나가야 하는 과제일 것일 것이다.
의료시장 또한 우리 모두가 불편하고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선진국 수준의 삶의 질을 이루기 위하여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