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충은
(자연과학부 교수)
---------------------------------------------
분자면역학 전공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회, 여성생명과학 기술 포럼
---------------------------------------------

한국 이공계의 위기 현실

대학 진학문제가 사회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듯이 보이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고등학생의 이공계 대학진학률이 해마다 급감하여 올해는 불과 26.1%로 최근 10년 동안 절반이상 줄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이러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하여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대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식정보화사회로 대변되는 21세기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누구나 절감하지만, 정작 그것은 누군가가 해 주기를 바랄 일이지 스스로 할 일은 못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국내 과학기술인력의 수급에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공계를 지원하는 절대 인력의 감축보다는 우수 인력의 감소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IMF 후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저하

60∼70년대 당시, 과학기술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지원하였다. 확실히 그 당시 과학도의 길을 택했던 젊은이들에게는 후진국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선구자 정신과 뚜렷한 자부심과 긍지가 있었고, 사실상 이것이 80∼90년대의 한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의 고도성장을 성취하는 데에 초석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고도성장의 파생물 이었던 거품경제의 끝에서 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며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와 함께 과학기술분야는 더 이상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의 한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래직업은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이 1위, 그리고 연예인이 2위였으며, 과학기술자는 10위안에도 들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은 보다 안정되고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직업관 및 가치관을 잘 나타내주는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상기 1, 2위의 선호직종들은 모두 고도로 발달한 과학과 첨단기술의 기반 위에서만 존재·발전 가능한 제 3 차 산업, 즉 서비스업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이상 과학기술의 개발에는 ‘참여’가 아닌, 그의 이용을 통한 ‘누림의 축제’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공계 위기의 원인

그렇다면 젊은이들, 특히 우수한 인재들이 왜 과학기술분야로의 진출을 기피하는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간단히 말해 그 길이 어렵고 고된 길인 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부족해서 그렇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사회, 연봉의 액수가 개인능력의 척도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단지 학문에의 호기심,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 그리고 장인 정신에의 자부심에만 의존하여서는 더 이상 우수한 인재들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과학기술분야로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