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욱 화학과 조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개강도 되고, 상대적으로 활기를 잠시나마 잃었던 캠퍼스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로 시끌벅적하게 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요즘이다. 문득 지나치다 보면 과거의 필자의 모습보다 훨씬 더 밝아 보이고 씩씩해 보이는 모습들이 부럽기도 하다. 자연스레 어느덧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대학시절을 떠 올려보곤 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만성적인 운동부족으로 떨어져 있는 체력을 회복한답시고 뒤 늦게 태권도에 입문하여 수업을 멀리하고 캠퍼스, 과방 등을 천방지축 날라 다니던 시절이 견줄만 할까도 싶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15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무래도 가장 떠오르는 것은 지나온 시간들은 그야 말로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20대란 자유가 가득한 시기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 마음껏 선택하여 다 부딪혀보고 깨져보기도 하고 집착도 해보고 하는 게 도서관에서 책만 파는 것보다, 방바닥에서 뒹구는 것보다, 피시방에서 게임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지나고 나면 남는 장사다.나이라는 숫자가 30이 되어서 우울해 하고 있던 필자의 생일날에 한 살 많은 천사 같은 친형이 농담 삼아 선물해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에도 언급되는 사실이지만 30대란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선택하기엔 뭔가 모를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 누구도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선택은 언제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선택을 한다는 자체도 조금은 짜증스러운 면이 있다. 데이트할 때 음식점, 장소, 공연 등의 선택에 대해서 리더하는 상대방을 선호하는 심리와 같은 맥락일 게다.

좌우지간 20대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많은 선택들 중 몇몇은 나중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중요한 것도 섞여 있다. 가장 안쓰러운 것은 선택전의 번민으로 결국은 뭘 하지도 못하고 시간과 타이밍을 흘려보내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오게 될 인생의 진로에 대한 선택 앞에 고민의 고민을 하는, 말동무를 애타게 바라는 후배나 동료들에게 선뜻 “야, 앞으로 일을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해서 알 수 없지 않냐. 선택은 가볍게 하고 밀어붙이는 게 속편하고 좋지.”라고 하면, 대부분 공감을 표시해온다.

필자는 자연과학대학을 나오고 무기화학을 전공하고 현재 교수의 길을 걷고 있다. 재밌는 것은 세 가지의 선택이 차선이나 차선의 차선이었다는 것이다. 실생활과 좀 더 밀접한 공학도의 길을 걷고자 공과대학을 지원했지만 대학입시에 고배를 마셨다. 학부 졸업 후에 당시에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며 나름대로의 신약개발의 꿈을 가지고 유기화학을 선택했지만 실험실에 들어가기 위한 사다리 타기는 필자를 외면했다. 가족이 그리 부유한편이 아니어서 석사급 회사 연구원이 목표였지만 현재 박사 후 연구원 4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이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20대의 중요한 선택들이 그때의 선택보다는 선택 이후의 태도와 열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필자의 경험이 도움과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 후배 과학도들이여! 어떤 선택의 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머리가 아플뿐더러 추구하는 바에 탄력을 잃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원하는 것을 선택할 기회가 없어져도 좌절하지 말자. 어디에나 뜻한 바가 있으면 길은 열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선택을 했지만 혹여나 하며 선택을 한 번씩 되돌아보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탁월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파이팅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