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 김숙희(53) 씨

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박정자가 어린이 연극에 출연한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했지만 박정자가 출연한 어린이 연극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은 이러한 세간의 편견을 깨고 관객과 평단 양쪽의 지지를 모두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울러 제작자인 김숙희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에게 제3회 아시테지 연극상 수상자라는 타이틀도 선사했다. 아시테지 연극상은 아동 청소년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을 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 이에 우리 학교 연기예술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김숙희 교수를 만나 어린이 연극과 문화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호성 기자

 

<프로필>
△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
△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이사
△ 한국교육연극학회 이사
△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제작, ‘샤이오의 광녀’, ‘야성녀’ 등 연출


 


■ 연극과 문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다닐 때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독재에 저항하는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많이 하면서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가 연극을 공부하다가 어린이 연극 ‘어린왕자’를 보고 감동받아 어린이 연극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린이 연극이 유치하고 질이 낮다는 편견을 갖고 있더라. 그래서 편견을 깨고 어떻게 어린이 연극을 알려야 하나 생각해보니 문화 교육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느껴 어린이문화예술학교를 설립했다.

■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소외된 아이들에게도 문화적 혜택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장애 어린이에게 문화적 능동성을 부여하고 일반인과 어울리게끔 만드는 문화예술축제 ‘극장으로 가는 길’도 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갇혀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전국의 소아병동을 순회하며 10년째 인형극 공연을 하고 있다. 일상이 고통스러운 아이들을 잠시나마 환상의 세계로 이끌 수 있어 참 보람된 작업이었다.

■ 문화를 통한 복지 활동에도 활발한 것 같은데
문화는 그냥 혼자 다니면 사치 향유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와 함께 다니면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제공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문화는 심각한 계층 차별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표를 파는 음악회를 아무나 갈 수 있겠는가. 또 그러한 문화는 “나 이런 티켓 살 수 있고, 이 정도 공연 본다”는 식으로 계급적 우월성을 드러내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문화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통적인 삶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고 본다.

■ 지금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어린이 연극도 제대로 만들려면 일반 연극만큼 많은 돈이 드는데 돈이 부족해서 어려웠다. 사람들이 모두 어린이 연극은 뭔가 더 쌀 거라고 생각하더라. 이를테면 문예진흥기금도 일반 연극의 1/10 정도만 주는 식이었다. 이 모든 게 어린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에 관한 건 모두 비주류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연극을 일반 연극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단계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과 배짱이 없으면 어린이 연극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 어린이에게 문화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는
이는 문화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요새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연예인이나 축구선수 둘 중 하나를 댄다. 눈에 연예인과 축구선수만 들어오는 것이다. 그만큼 세상을 받아들이는 폭이 좁다는 뜻이다. 이는 일종의 문화결핍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이 문화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사회는 그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들의 문화적 감각을 키워주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문화교육이 시급하다.

■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우리 학생들에게 중·고등학교 시절은 문화의 공백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문화적으로 나를 가꾸는 작업을 대학 4년 안에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미래에 가정을 이뤘을 때 가정 내 문화 활동이 불가능해져 자녀들마저 문화로부터 소외되고 만다. 문화적 가장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대학 때 쌓는 것이다. 전공 공부도 중요하지만 음악과 그림 등을 느낄 줄 아는 멋있는 학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