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스케치]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살다보면 주저앉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지 막막해지면 우리는 고달픈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된다. 이러한 시련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겠지만 그럴 때 일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2005년 6월 첫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1월부터 3차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 작품은 막심 고리끼의 원작 '밑바닥'을 완전히 재구성해 만든 국내의 몇 안 되는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는 러시아의 어느 허름한 선술집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사기도박꾼, 알코올중독자, 매춘부들이 모인 그늘진 공간이자, 술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그들만의 아지트다. 이곳에 등장한 배우들은 “더 살아야 하는 이유 따윈 찾긴 글렀지, 헛된 욕망 따윈 잊고 너의 빈 가슴에 술을 채워라" 라고 노래한다. 그들에게 있어 삶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어쩌면 삶의 의미를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절망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술집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나타샤의 등장으로 그들은 내면에 감춰진 희망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나타샤는 절망은 곧 더욱 커다란 연민이 되고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 인생이 그리 외롭고 슬프지만도 않다는 것을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밑바닥에서'는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곡이 창작된 노래로 구성됐으며, 진폭이 큰 멜로디는 배우들의 생각을 잘 담아내고 있다. 나타샤가 등장하는 장면과 커튼콜에 쓰이는 블라디보스톡의 봄노래는 관객들에게 사랑과 희망, 인생을 노래한다. 또 알코올 중독으로 허덕이던 노숙자가 자신의 옛 꿈을 되찾으며 부르는 노래 '내 이름은 악토르 시베르치코프 쟈보르시스키'는 그의 숨겨진 열정을 관객에게 완벽하게 전이시킨다.

 이번 연장공연에서 더욱 더 다음어진 그들의 공연은 짜릿한 전율과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올해 유난히도 많은 브로드웨이의 대형 뮤지컬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창작 뮤지컬에 ‘밑바닥에서'는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계속되고 삶은 이어진다고 이야기하는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찾아 대학로 소극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기간:∼06년 8월 27일
△장소: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
△가격:대학생 24000원
△문의:02-765-8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