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준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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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인기학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학 1학년은 고등학교 4학년으로 여겨야 한다. 그런데 유감인 것은 그렇게 해도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지 못하는 학생이 대단히 많은 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전공에 진입한 후 자신의 전공에 안착하지 못하고 타 인기전공의 주위를 맴돌다 대학생활을 망쳐버리고 불량품으로 사회에 나가고 있으며, 우리는 이것의 명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에 안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공의 참맛을 알 리 만무하고, 그러다 보니 전공심화를 위한 학생들의 대학원 진입을, 학문 후속세대를 기대한다는 것은 꿈조차 꿔볼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렇게 된 지가 벌써 10년이 가까워 온다. 현 정부가 거론하는 “양극화”는 그렇게 우리 교육에도 자리했다. 인문계와 자연계,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이렇게 한 국가 번영의 초석이 될 다양성은 고사되고 있다.

제2외국어 전공의 경우, 2학년1학기 전공진입과 동시에 전공 언어 학습에 올라타야 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2학년2학기의 심화 과정은 있을 수도 없고, 그러다 보면 3학년 때에는 그 언어학습뿐 아니라, 모든 전공과목 수강은 불가능 하거나 배움 없이 겨우 학점 취득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영어 학습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노력과 그 결과를 가지고 졸업한다. 그렇게 배출된 불량품이 사회에 누적되다 보니 대학의 제2외국어 전공자에 대한 불신이 만연된 것이고, 그렇게 그들은 우리를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 상황은 학생들 탓만은 아니다. 잘못된 룰, 잘못된 운영, 잘못된 대처에 그 책임이 있다. 지난 며칠동안 우리는 WBC라는 세계야구대회의 룰을 자신들의 우승 시나리오에 맞추어 짰던 미국에 참으로 분노했다. 그러나 그 불합리와 그 정의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룰로서 존중되어야 했고, 우리에게 두 번씩이나 패했던 일본은 그렇게 우승을 했으며, 두 번의 승리가 한번의 패배로 의미를 상실하는 듯한 쓰라림을 우리는 맛봐야 했다. 지금 대학에서는 잘못 된 목표설정, 잘못된 룰과 그 운영이 어렵게 극복해낸 고등학교 3년의 의미를 일거에 반감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참된 대학생활의 가능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고 있다. 이제 교수가 교육의 중심으로 다시 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기왕에 주어진 틀 안에서 성공기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을 설득하여 그들을 편법의 길에서 정도(正道)로 이끌어 내오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할 일을 던져 주고, 좀더 눈에 잘 보이는 길잡이 지도를 만들어 그들이 제 궤도에 들어서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먼저 전공에 올인 하라. 그 전제 아래에서만 대학에서의 다양한 공부가 의미 있는 것이다. 미래의 패배에 대한 다급한 마음과 승리를 위한 조급한 마음으로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거나, 자신에게 차려진 밥상을 마다하고 남의 집을 기웃거려서는 남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일단 졸업하면 자신의 생애 내내 바꿀 수도 감출 수도 없는 전공을 - 그렇게 할 수 있는 편법이 있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 사회에 나가 숨겨 살고, 그래서 움츠린 자신을 안고 소극적 삶을 감수해야겠는가. 그보다는 자신의 전공을 경쟁력의 핵으로 삼아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삶을 적극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 단 한번의 인간 삶에 보다 나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제2외국어! 영어 공부 한 것만큼은 하라. 써먹을 만큼 공부한 뒤, 그것의 성과를 논해야 한다. 대학 3년, 자신의 전공 학습에 올인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