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석박사 학위 매매 사건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작년 3월에는 일부 의대, 한의대, 치대 교수들이 개업 의사들에게 돈을 받고서 박사학위를 내준 것으로 밝혀져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던 학위 매매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에는 해외 음대 석박사 학위 매매 실태가 검찰 발표에 의해 드러났다. 러시아 유명 예술대학 관계자와 짜고서 가짜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대학 교수와 강사, 교향악단 단원 등 120여 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되었다.

충격적인 일이다. 의학계에 뒤이어 음악계에서도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매매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가짜 박사학위, 특히 외국 대학의 박사학위가 문제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올 들어 국가청렴위원회는 미국 관광길에 학위를 받아온 교수 등 2003년도의 가짜 박사학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박사학위 취득과정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할 정도였다.

이처럼 불미스런 학위 매매 사건이 빈발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가짜 학위를 가려내는 검증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탓이라고 진단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현행 시스템에 따르면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는 귀국 후 6개월 내에 한국학술진흥재단에 학위증 사본과 학위수여 내용, 논문초록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학술진흥재단이 단순히 신고를 받고 통계를 낼 뿐이지 학위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누가 어떠한 나라에서 무슨 학위를 땄다고 신고할 뿐이지 이 학위가 진짜인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등은 가릴 수 없다는 얘기이다. 학술진흥재단이 내주는 신고접수증에는 '신고접수증이 박사학위 확인증은 아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3월 20일, 가짜 박사학위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자 ‘외국 허위·부실 박사학위 선별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5월부터 그를 실행에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적절한 조치라 판단된다. 이번 기회에 허위 학위나 부실 학위를 적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검증 시스템을 손질하는 것만으로 학위 매매 사건을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학위 매매의 원인은 학벌위주 풍토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증 시스템 정비 등의 단기 처방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근본적으로 치유되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중평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대책 입안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실력 그 자체보다 눈에 보이는 학벌을 중시하는 세태에 일침을 놓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수 임용 과정에서 학벌보다 실력이 더 중시되는 방향으로 사회적 풍토가 바뀌어야만 그때 비로소 학위매매 사건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