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작사가 한경혜(40) 씨

기자명 김란 기자 (behappy19@skku.edu)

우연히 흘려들은 라디오의 노랫말이 하루 종일 귀에 맴돌았던 기억이 있는가. 감성을 자극하는 한편의 아름다운 노랫말은 잠들어 있던 추억을 불러오곤 한다. 이렇듯 한 노래가 사랑받는 데에는 멜로디에 숨을 불어 넣는 노랫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서정적인 노랫말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작사가를 만났다. 주인공은 바로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등 수많은 히트곡의 노랫말을 만든 한경혜 씨. 정적 가사로 대중음악의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그녀를 만나 작사에 대한 작품관과 인생관을 들어봤다.

 

한정희 기자
<프로필>
△ SBS 가요제 최고 작사가상 (1997)
△ 서울가요제 올해의 작사가상 (2001)
△ 한국연예대상 최고 작사가상 (2004) 등
△ 참여작품
- 김건모 ‘사랑이 떠나가네’, 임창정 ‘나의 연인’, 쿨 ‘맥주와 땅콩’, 브라운아이즈 ‘점점, ‘with coffee’ 외   다수
-'여인천하', '상도', '슬픈연가' 등 O.S.T 참여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출간 (2006)

 

 

■ 작사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은
작사가는 특별한 요건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그러나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에 더해 음악을 즐기고 듣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작사가 역시 다방면에 걸친 공부가 요구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서다.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 식으로 재편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 감상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주관과 상상력이 중요하다.

■ 수많은 곡을 히트시킨 비결이 있다면
무엇보다 특히 생생한 시적인 묘사가 내가 작사한 곡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중들이 감성적인 묘사가 담긴 서정적 가사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대중가요의 가사는 귀로 듣는 하나의 문학작품이다. 따라서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이지만 마음을 움직이고 귀를 열게 하는 단어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작사 할 때 역시 시를 쓰는 마음으로, 한편의 소설을 쓰는 느낌으로 임하고 있다.

■ 작사가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곡에 가사를 입히는 과정은 하나의 인테리어 작업으로 비유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곡의 주인은 내가 아닌 가수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의 의견에 따라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내용이 가수와 다를 때 종종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괴리감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사는 음악과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 본래 나의 의도와 다를지라도 작품 전체를 보고 감정 이입을 하려고 한다.

■ 작사가가 경계해야 할 사항은
가사는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높은 작업이며 철저한 상업문학이다. 경제적인 수익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것에만 너무 몰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업성을 좇아 여기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 자연히 음악의 질도 낮아지고 작사가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상업성 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작사가 역시 작품을 남발하지 않고 신중히 발표할 필요가 있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글을 쓰는 일이다. 앞으로는 작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최근에는 영화 <데이지>의 내레이션 파트의 시나리오를 썼고, 소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출간했다. 특히 이 작품은 내가 썼던 가사를 소설 형식으로 엮은 것으로 소설 창작에 있어 분기점이 됐다. 가사가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직접적으로 독자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지금은 시나리오 각색 작업 중에 있다.

■ 학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전공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노는’ 일이다. 열심히 놀되, 지겹지 않고 의미 있게 노는 방법을 배워라. 다양한 놀이문화를 통해 인생에 필요한 나만의 달란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작사가를 꿈꾼다면 먼저 내가 정말 이 일을 왜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대답을 찾길 바란다. 이것이 선행돼야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