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스케치]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비가 오는 어느 날 밤, 라디오에서 모차르트 레퀴엠이 흘러나오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그가 순식간에 우리를 참을 수 없는 엄습함으로 포섭해간다.
20년이 지난 오늘, 아직까지도 잊혀 지지 않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몇 년 전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볼 때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이 영화는 사실, 연극 <날 보러와요>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날 보러와요>는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올해 1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재공연 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마을을 불편하게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진실된 삶의 모습과 원년 멤버들의 호연은 다시 극장을 찾게끔 만든다.

연극의 1막은 연쇄살인 사건 관련기사들로 채워진 무대 뒤편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시작된다. 연극은 초반부터 급박한 상황전개로 관객들을 순식간에 당시의 긴장감과 불안감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물론 <살인의 추억>도 영화장르가 가진 공간의 자유를 활용해 사건을 사실적으로 보여줘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상황을 묘사하고 소리를 들려줘 관객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연극은 분명 그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또 영화에서 사회적인 분위기가 강조됐다면 연극에선 개인의 심리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그 차이점이다.

 

수많은 경찰 병력과 첨단 장비 수사, 심지어 심령술사를 동원해도 잡히지 않는 범인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범인으로 의심받는 용의자들은 경찰을 점차 미궁 속으로 빠뜨리며 관객들을 점점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연극은 시골형사와 다방 미스 김의 사랑을, 주변 인물들의 코믹적 요소를 놓치지 않고 표현해내 균형을 잃지 않는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연극은 이 사건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에서 끝까지 볼 수 없었던 범인은 연극에선 형체를 드러내며 삶의 현실을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다. 참혹하기만하고 비극적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진짜 현실이라는 연출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초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리얼리티 사건을 잘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연극 <날보러와요>. 사건의 비참함이 씁쓸할 법도 하지만 다시금 삶의 진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을 찾아 극장 ‘용’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지.


△기간 :∼06년 4월 9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內 극작 용
△가격 :대학생 10000원
△문의 :02-1544-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