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지재희 대학부장 (chihee@skku.edu)

‘의무’는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조정하기 위한 사회적·물리적·정신적인 강제 및 구속을 이르는 말이다.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조정하기 위해’ 국민은 의무를 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으로는 국민의 6대 의무인 국방, 납세, 교육, 근로, 재산권행사, 환경보전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규정되지 않은 의무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의무, 가정적 의무 등 삶의 테두리를 형성하고 있는 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를 바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무를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규정된 의무가 그 의미 이상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주민등록번호를 받게 되며 일정 나이가 되면 주민등록증을 만든다. 이 사항은 모든 국민의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간혹 주민등록증 발급 시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뉴스에 보도되곤 한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의 의무사항으로 정해진 주민등록증 발급과 지문날인을 의무라는 이름 하에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주민등록증 발급 시 지문날인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문정보를 보관,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문정보가 신원확인에 효율적인 수단이므로 국민의 의사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타당한 이유가 되는 것인가. 이외에도 국민은 국가적인 의무로서 남성에 한한 것이지만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하며, 국민연금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이 되는 등 강제성이라는 특성 하에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경우는 어떠한가. 실제로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굳이 국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학교의 경우는 어떠한가. 전체적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만드는 학교는 이로써 학생들에게 일종의 틀을 제공한다. 이에 강제성을 띠게 되지만 학교의 의무를 요구하기는 사실상 힘든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의무는 우리에게 요구되며 지켜야 할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의무만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의무는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조정하기 위해 그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 대상이 일방적이라면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의무를 강조하기 이전에 의무를 요구할 만큼 역할을 수행했는지 그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