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소영 기자 (zziccu@skku.edu)

지난달 인터뷰를 위해 여의도 MBC 본관에서 이상호 기자를 만났다. 상당히 ‘셌던’ 그의 보도에서 느껴졌던 날카롭고 냉철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만난 그는 부드러웠고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그는 “고발기자여서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분명 피곤이 역력한 표정이었는데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정말로 행복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고발기자로서 겪는 일들이 가시밭길의 연속일 것은 뻔한 일인데 그 모든 것을 겪으면서도 행복하다며 웃을 수 있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이상호 기자는 “기자는 경마 중계하는 아나운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자의 객관성이 단순히 ‘있는 그대로’ 듣는 것만으로 충족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나는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 약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야말로 기자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정신이었다.

성대신문의 기자로 생활해 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참으로 바쁘게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간에 쫓겨 기사를 써 넘기기에 급급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사안에 대한 고민과 비판의식은 분주함과 피곤 속에서 점점 부족해져간다는 것을 느꼈다. 관성에 빠져 기사 쓰는 기계가 돼버리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는데 어느새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는 현재의 내 안일함을 질책하는 일침이었다. 자신의 신념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열정적으로 토해내는 그를 보면서 기자가 가져야 하는 기본자세를 떠올렸다. 나의 첫 기사를 쓰며 취재한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결국 밤을 새서 기사를 썼던 순간들도 스쳐지나갔다. 예리함과 따뜻함을 갖춘 기사를 쓰겠다던 처음의 각오를 되살리며 이 반성문을 맺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