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46)씨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지난 1일부터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韓류 한복을 입다’ 전시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와 <음란 서생>, 드라마 <궁>으로 이어지는 대중문화 속 한복열풍은 이제 한복이 구시대의 이미지를 벗어나, 한류의 대를 잇는 문화코드로 자리매김 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46)씨의 작품은 7년의 짧은 경력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색감이 돋보인다고 평가 받는다. 한복의 전통적인 선을 따라가면서도 다양한 색감으로 현대적 감각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그를 만나 한복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 봤다.

ⓒ 한정희 기자

 

<프로필>
△ 광주 비엔날레, ‘김영석의 사계’ 한복쇼 (2004)
△ 파리 엑스포, ‘한복 특별 전시회 및 패션쇼’ (2005)
△ ‘韓류, 한복을 입다’ 展 (2006)
△ 현재 김영석 전통한복 운영

 

 

■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국내에서 한복이 스크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세계에서도 한복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중문화와 함께 부는 한복 열풍을 드라마나 영화 속 소품들과 연결해 좀 더 입체적이고 현대적인 색감을 통해 표현해 내고자 했다. 한복이 더 이상 구태의연한 옛 것이 아니라 고유의 멋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복의 멋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최근 한복의 인기를 과대 포장해서 일시적인 문화 흐름이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일본에서 음향 연출을 전공 했지만 어릴 적부터 취미생활로 모아왔던 전통 장식품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노리개, 뒤꽂이 등 전통 장식을 모으는 일뿐 아니라 헌 수집품들을 고쳐 더 빛나는 새 것으로 만드는 일 또한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3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고 점차 한복이 가진 우아하고 단아한 미에 이끌려 디자이너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 일의 매력과 자신만의 특징이라면
‘아름다움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즐거움’. 이것이 한복 디자이너가 갖는 최고의 매력이다. 한복은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만의 우아한 자태와 고풍스러운 향기를 지닌다. 그런 한복을 디자인 한다는 것이 내게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나만의 디자인 특징이라면 최대한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다. 화려한 한복도 많지만 심플한 디자인의 한복이 질리지 않는다. 화려해서 첫 눈에 딱 들어오는 옷을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까지도 질리지 않고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옷을 디자인 하고 싶다.

■ 전통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은
현재의 대중문화는 그 틀 안에 전통문화를 귀속시키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요즘 사람들은 한복이 입기 불편하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좀 더 입기 편한 옷을 디자인 하라고 한다. 그러나 한복 역시 실용성을 좇다 보면 한복만이 갖고 있는 멋과 디자인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왜 꼭 대중문화의 잣대로 한복을 평가하려 하는가. 사실 대중문화는 상당히 획일화 돼있기 때문에 이질적인 전통문화와 공존하길 스스로 거부하는 면이 있다. 진정한 문화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공존 할 수 있어야 한다.

■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전시회를 많이 보고 작품을 창의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라. 단순히 한복전시만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내게는 어릴 적 사대문 안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공연과 전시가 많은 도움이 됐다. 그때 봤던 하나의 전시가 지금 하는 디자인에 열 개 이상의 영감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단순 반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물을 보는 힘을 키우고 시각을 넓히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