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뇌』, 김종성

기자명 김지은 기자 (envykies@skku.edu)

데이트를 하는 한 연인이 있다. 여자는 평소와 다르게 목걸이도 하고 립스틱 색도 바꿔봤다. 그리고 남자가 알아챈 후 예쁘다고 말하길 기다린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가 그렇듯이 남자는 여자의 힌트에도 불구하고 알아채지 못하고 여자는 토라진 채 화를 내게 된다. 이 경우, 여자에게 충분히 화낼 자격이 있다고 『춤추는 뇌』의 저자 김종성 교수는 말한다.
요즘 뇌과학 서적이 범람하고 있다. 그만큼 뇌에 관한 최신 연구가 많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이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련 서적은 지나치게 어렵거나 전문적이어서 금세 독자들의 흥미를 꺾곤 한다.
『춤추는 뇌』 역시 뇌과학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신화 및 영화 그리고 임상의인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한 풍부한 사례는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재치 있는 표현 속에 뇌 지식이 솔솔
『춤추는 뇌』를 보면서 독자들은 저자의 재치와 센스를 눈치 챌 수 있다. 어려울법한 뇌와 그 작용을 재미있는 비유와 저자 나름의 호기심으로 흥미롭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랑이나 공포와 같이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은 바로 대뇌의 변연계가 맡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는 심장이 아닌 쭈글쭈글한 뇌 그림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연인이 쭈글쭈글한 뇌 그림을 보고 좋아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또 다른 위트 넘치는 표현을 보자. 신경 물질을 전달하는 두 신경 세포는 다소 떨어져있다. 이를 보고 저자는 “마치 「천지 창조」 그림의 아담과 하나님의 손이 닿을 듯 말듯 한 것 같다” 며 그 사이를 흐르는 신경 물질을 “조오련이 대한 해협을 건너듯 전달된다”고 말한다. 절로 웃음을 일게 하는 이런 비유는 우리가 뇌과학을 보다 친근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는 아직 모른다’
책에 소개된 내용과 같이 뇌에 대한 연구는 실제 해부 혹은 MRI와 같은 최신 기술로 널리 진행돼 왔다. 그 결과 인간은 더욱 고도화된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뇌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로 인해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뇌가 두드러진 ‘짱구’가 된 것이다. 또한 △감각과 감정 작용이 뇌에서 이뤄지는 방식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인간의 각종 질병과 뇌의 관련성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 등에 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러나 아직 뇌는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은 미지의 영역이다. △지능과 뇌 활동의 관련성 △측두엽 간질 환자들의 특질의 원인 △미각에 관련된 뇌의 구조와 생리 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 시작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저자는 왜 여자가 화를 내도된다고 말했을까? 남자의 이 증상은 ‘변화적 장님(change blindness)’ 으로 관심 없는 대상을 뇌에서 잊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를 습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다른 일에 주의를 뺏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가 혹시 다치지는 않을지 몹시 염려가 될 것이다. 뇌가 다칠까 달리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지 않는가. 그러나 걱정 말기를. 우리의 뇌는 단단한 두개골 속에서 척수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