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여야갈등으로 국회가 파행운영을 거듭하는 가운데 드디어 5월2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주민소환제법과 3.30 부동산대책 후속 법안 등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이 강행 통과시킨 사학법에 대해 장외투쟁을 해서라도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던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하루만에 장외투쟁을 접긴 했으나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국회 정상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이 국회정상화를 위해 한걸음 물러나라’며 대승적 양보를 권고했으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개방형 이사제 개정 요구는 사학법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중히 거부했다.

여당 내에서는 사학법의 반점반획도 고칠 수 없다는 강경론까지 대두됐고, 이러한 여야 간의 팽팽한 대립은 결국 1백여개가 넘는 민생법안 통과 지연으로 이어져 국회의 파행 운영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다. 급기야는 한나라당의 저지를 뚫고 국회부의장이 6개 법안을 직권 상정한 가운데 여당과 민주, 민노 3당이 25분여 만에 처리한 뒤 산회했다.

이처럼 구태를 못 벗어나는 정쟁을 접하며 과연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사학법 재개정이 없이는 국회 정상화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한나라당이나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고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한 열린우리당 모두 진정한 의회민주주의의 정신을 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합법화하기 위해 국회 운영을 가로막는 한나라당의 행동은 분명 횡포이며 형식적인 구색만을 갖춘 절차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킨 여당 역시 날치기 통과라는 비난을 면할 길 없고 결국 ‘의회독재’로 귀결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현재의 국회에는 정치엘리트들의 전문성도 민초들의 목소리도 부재한 당파적 이익추구만이 절차 민주주의의 미명 하에 양성되고 있을 뿐이다.

‘권력의 맛은 도취적이다’라고 정치학자 한스 모겐스는 말했다. 합리적이고 포용력 있는 대화를 통한 민의 반영이 아니라 정쟁을 통해 권력을 유지, 남용하려는 국회 운영을 보면서 과연 정치인들은 권력이라는 술에 흠뻑 취해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국회의사당의 둥근 지붕이 마치 민주주의의 무덤을 연상시킨다는 어느 소설가의 말이 유난히도 또렷이 각인되는 이유는 바로 갈피를 못 잡는 국회의 파행 운영 때문이다.

지리멸렬한 국회의 파행 운영은 냉소주의의 만연이라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는 특히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시급히 국회 정상화를 이루어 사학법뿐 아니라 각종 민생법안들이 정당한 심사와 민주적인 숙의를 통해 결정되도록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할 때이다. 이것만이 진정으로 열린 국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