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노동자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또 출퇴근길 버스를 타고 다니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받는 피해를 못 마땅하게만 생각할 뿐 버스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들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무비판적이고 무저항적인 모습은 신자유주의적 노동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강화시키고자 하는 소수의 지배계층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항하기보다는 기존 헤게모니에 순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도적 틀 속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면 이방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초 고용계약제 폐지

최근 프랑스에서는 최초 고용계약제 실시가 시행 한 달 만에 학생,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폐지됐다. 최초 고용계약제란 20인 초과 사업장의 26세 미만 노동자에 대해 최초 2년 동안 해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계약제도로 우리식으로 본다면 일종의 비정규직제도다. 이는 유럽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퍼져나가던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유연화가 학생들의 주도적 참여와 대중들의 비판으로 인해 제동이 걸린 괄목할만한 사건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재 대립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차이점은 정작 대다수의 개인은 나의 일이 아닌 양 이에 무관심하며 신자유주의적 지배를 비판 없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자들의 집단적 요구나 투쟁은 하나의 헤게모니로 인정받지도 동의를 이끌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자신의 상황이 정당하지 못함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저항하지 못하거나 저항자체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거부반응은 헤게모니를 다시 유지하고 재생산 하게끔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깨지기 힘든 헤게모니 질서에 프랑스 사람들을 저항하게 만든 것일까.

68혁명 때부터 발휘된 비판정신

프랑스가 최초 고용계약제 폐지 등 헤게모니적 질서에 저항 할 수 있었던 기저엔 바로 68혁명 때부터 이어온 비판정신이 있다. 68혁명은 기존 기성세대와 기존헤게모니에 대한 ‘정서적’ 혁명으로 절제와 억압에 기초를 둔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저항해 육체적 쾌락과 성의 자유를 얻어낸 역사적 사건이다. 이때부터 프랑스 사람들은 ‘내가 침묵하는 한 나는 아무것도 가질 수도 지킬 수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며 사회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 정답만을 가르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지만 프랑스 교육은 사회를 다양하게 보는 시각을 가르치고 비판정신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바탕 속에 발휘 되가는 프랑스의 비판정신은 우리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헤게모니질서 속에서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