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사로잡은 잡지의 매력 속으로

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퀴즈 한 가지. 이것은 미용실에는 있지만 이발소에는 없다. 또한 도서관에는 있지만 독서실에는 없다. 답을 아시겠는가? 그렇다. 정답은 바로 ‘잡지’다. 이 퀴즈에서도 볼 수 있듯 잡지는 서점과 도서관에는 있지만 도서 대여점과 독서실에는 없는 식으로 책과 아주 미묘하게 구분된다. 그렇다고 신문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도 없는 잡지. 책과 신문도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왜 또 잡지란 매체를 만들어 읽는 것일까?

다양성과 전문성으로 대중 사로잡아

잡지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과 ‘전문성’이다. 『플레이보이』와 같은 성인잡지부터 『창작과 비평』 같은 학술잡지까지. △시사 △경제 △연예 △교육 △예술 △과학 등 사회의 전 영역과 인간의 모든 관심사를 아우르는 잡지의 다양성은 일반인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다. 차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는 잡지라면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수입차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스트라다』가 바로 그런 잡지다. 또한 월간 『노동』이나 『포장』처럼 특이한 이름을 가진 잡지도 있다. 이름 그대로 노동과 포장산업 관련 뉴스 및 정보를 수록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깜짝 놀랄 만큼 다양하고 전문화된 잡지의 수는 공보처 잡지과에 등록되지 않은 무가지까지 포함할 경우 1만여 종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국내 5대 잡지 출판사 중 하나인 (주)디자인하우스 출판부의 김형기 씨는 “세세한 분야로 파고들다보니 자연히 잡지는 신문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내용을 담게 됐다”며 “이처럼 전문화된 잡지들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자기의 관심사와 부합하는 잡지 한 두 개쯤은 읽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잡지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심심풀이부터 취미생활을 돕는 훌륭한 도구, 정보와 지식의 창고, 그리고 공부와 연구의 대상까지 다양한 의미로 읽히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뭐 저런 것까지 다뤄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잡스러운’ 느낌, 흔히 잡지를 평가절하 할 때 드는 이유인 그 ‘잡스러움’이 역설적으로 잡지의 매력이자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읽기보다 보는 매체로서의 매력

잡지가 가진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보는 즐거움’이다. 독자의 눈을 자극하는 화려한 이미지의 풍부한 사용과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편집. 이러한 특징은 주로 『보그』나 『하퍼스 바자』 같은 패션잡지와 『베니티 페어』 등의 연예잡지에서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잡지는 매거진이다』의 저자 유정미 씨는 “잡지는 신문보다 시간과 지면의 여유가 있고 한정된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편집 면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잡지의 지면에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와 독창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었고 잡지는 단순히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디자인과 예술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매체가 됐다. 실제로 여러 패션 잡지를 구독해서 보고 있다는 대학생 정유경(23) 씨는 “잡지를 구독하는 데 있어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잡지에서 얻는 정보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라며 “현란한 사진들로 꾸며진 잡지를 읽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밝혔다.

요즘은 신문도 다양한 디자인의 편집을 선보이고 있는 추세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직 세로쓰기를 고수하던 딱딱한 신문과 달리 잡지는 신문에서 볼 수 없는 예술적인 시각 표현으로 독자들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구를 만족시켰다. 비록 선정적인 이미지의 남용으로 너무 흥미 위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나 세련되고 감각적인 비주얼을 갖춘 잡지가 그 자체로 현대인의 훌륭한 여가 생활이자 오락이 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보다 빨리, 신문보다 깊이

무엇보다도 잡지의 매력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바로 책과 신문의 사이에서다. 책은 너무 느리다. 충분히 검증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리를 펼칠 수 있지만 책이 출간될 때는 이미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끝나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반대로 신문은 빠르지만 책과 시사잡지보다 깊이가 얕다. 매일 발행되는 만큼 사건에 대해 가장 빨리 말할 수 있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통찰할 여유가 없다. 이처럼 순발력이 부족한 책과 깊이가 얕은 신문 사이에서 잡지는 신문보다는 깊고 책보다는 빠르게 독자들에게 다가가 특유의 매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시사저널』이나 『한겨레21』 등의 시사 잡지에서 잘 나타난다. 『시사저널』의 김세민 기자는 “신문기자에 비해 시간과 지면에 구애받지 않고 취재와 기사 작성을 할 수 있다”며 “시사 주간지는 신속성과 깊이 사이에서 절묘하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간과 깊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특성으로 인해 잡지는 책과 신문보다 ‘유연한’ 매체로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심층적인 기사로 담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더 나아가 재미있고 창조적인 정보의 그릇이자 시대를 읽는 인식의 창으로도 평가받는 잡지. 이렇듯 잡지는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닌 채 오늘도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