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음반 제작사 '파스텔 뮤직' 이응민(39) 실장

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윤재홍 기자
“국내 최대 인디/언더 뮤지션의 산실로 불리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미스티 블루’,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 수많은 개성의 밴드들을 배출해냈다” 지난 3월 14일 개최된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중 ‘올해의 레이블상’ 심사평의 일부분이다.

수상자는 어쩐지 생소한 이름인 ‘파스텔뮤직’. 그 이름처럼 뮤지션에게는 친구 같고 직원들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는 따뜻한 레이블이다. ‘파스텔뮤직’의 설립자 이응민 실장은 “대단한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연스럽게 가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고 싶은 길을 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그가 걸어오며 남긴 발자국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보인다.


■ 다른 일반 제작사와 다른 점은
흔히 메이저 기획사로 불리는 곳은 뮤지션이 기획사에 소속돼서 착취당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파스텔뮤직’과 뮤지션의 관계는 고용주와 고용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가는 동등한 파트너의 관계다. 실제로 뮤지션들과 형, 동생으로 부르면서 편하게 지낸다. 음악적으로도 메이저 기획사의 뮤지션들은 ‘싱어송라이터’라기보다 ‘가수’에 가까운데 비해 ‘파스텔뮤직’의 뮤지션들은 90% 이상이 싱어송라이터다. 이렇다보니 뮤지션들의 음악 스타일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 노래 가사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 인디 음반을 내도 이윤이 남는가
메이저 기획사는 음반을 제작할 때 작곡 및 작사료에 큰 비용을 지불한다. 이와 달리 ‘파스텔뮤직’의 뮤지션들은 대부분 음악을 직접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일단 음반 제작에 필요한 자본이 많이 줄어든다. 이처럼 초기 자본이 적게 들어가니까 조금 적게 팔려도 이윤이 남는다. 또한 뮤지션의 팬들이 열성적이기 때문에 음반 매출양도 생각만큼 나쁜 편은 아니다. 그래서 큰돈은 못 벌더라도 빠듯하게나마 회사가 굴러갈 수 있다.

■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파스텔뮤직’에서 나온 음반을 보고 CD 커버가 참 예쁘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CD 커버 전문 디자이너를 두고 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하찮게 볼 수도 있겠지만 CD 커버 하나까지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도록 만들자는 생각이다. CD가 그저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도 예쁘고 읽을거리도 있어서 충분히 소장가치를 지닌 복합문화상품이 된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또한 회사의 홈페이지를 단순히 음반을 소개하는 곳이 아니라 종합적인 음악 사이트로 만들어서 방문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싶다.

■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파스텔뮤직’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해서 메이저 기획사들이 받아주지 않는 뮤지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돈이 되는 뮤지션도 있고 안 되는 뮤지션도 있지만 모두 함께 가려고 한다. 이러한 사명감과 욕심 때문에 뮤지션이 자꾸 늘어나니까 자본과 인원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우리가 미처 발굴하지 못한 뛰어난 뮤지션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이처럼 재능 있는 신인들이 데뷔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다. 음악 팬들도 직접 참여해서 뮤지션을 선발하는 ‘인디 가요제’같은 형식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 소속 뮤지션들이 음악성을 인정받는데
기본적으로 ‘파스텔뮤직’의 뮤지션들은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해 돈이 잘 벌리는 음악보다 뮤지션과 직원들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태도도 중요한 것 같다. 음반을 다 제작하고 난 뒤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 또 팬들이 듣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마음. 이처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돈으로 메울 수 없는 부분이 가능했다고 본다.

■ 인디 음악의 가치와 매력은
우리나라에는 ‘인디’가 아마추어적이고 질도 떨어진다는 편견이 퍼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디 밴드는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먹을 때도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서 식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처럼 음악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주류 음악과는 다른 맛의 음악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R&B나 댄스, 발라드 곡은 대부분 비슷비슷해서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성이 살아있는 다양한 인디 음악들은 보컬과 가사, 믹싱 등 모든 부분이 다 차별화된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인디 음반들은 반짝 유행하지 않고 나온 지 1년이 지나도 꾸준하게 팔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