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보다 함께일 때 더 빛나는 학문을 만나다 - 남성학

기자명 손동한 기자 (sohndh@skku.edu)

최근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여자만큼 예쁜 남자로 등장한 이준기는 한국 사회에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새로운 남성유형’을 일컫는 크로스섹슈얼의 대표적인 남성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과거에 터프하고 강한 이미지로만 대표되던 남성의 모습이 이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성으로서 완전한 인간성을 찾기 원하는 남성학과 남성운동이 발달하고 있다.

남성다움으로부터 해방을 위한 남성학
남성학은 남성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개인적, 집단적 차원에서 성적이데올로기로 짐지워졌던 남성다움으로부터 해방을 얻어, 참된 자아로서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연구·교육하는 학문적 활동이다. 남성다움이라는 사회적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장한 남성학은 1970년대 미국에서 등장해 1990년대 들어 유럽을 비롯해 일본의 대학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남성학은 가부장적 체제에서 남성에게 부과하고 있는 역할 기대, 생계부양자로서 여성과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남성상을 버리고 새로운 남성의 역할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여성학과의 관계
남성학의 등장과 확산은 여성학의 학문적 위상 향상 및 여성의 주도권 쟁취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성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여성학이 여성해방운동에서부터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학도 남성해방이라는 ‘인간해방’의 대의 아래 등장했다. 따라서 남성학은 여성학에 맞서면서 남성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여성문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인간 전체의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남성학연구회 정채기 회장은 “남성학이 여성학과 비교해 시기적으로 늦게 시작된 학문이지만 두 학문의 성격이 젠더(gender)학으로 완전히 배타적이지 않다”며 “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학문이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남성학은
남성학이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등장한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약 4백여 개의 남성 관련 모임이 있다. 그 종류는 △동성애 △이혼한 남성의 권리 찾기 △좋은 아버지 되기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홈볼트 대학이나 네바다 대학 등 약 50여개 대학에 남성학 강좌가 개설됐다. 
일본에서는 남성학에 대한 연구와 참여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1996년부터 매년 ‘남성 페스티발’을 개최해 남성과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고정관념을 깨는 행사를 연다. 축제에서는 이벤트성 행사에서부터 사회적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것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왜 남자는 겨울연가를 흥미롭게 보지 못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인한 이미지를 요구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자아로부터 생기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한국에서도 남성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남성학’이란 생소한 개념을 학문으로 정착시켰으며 한국남성학연구회를 설립해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또한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에서 남성학 관련 강좌가 꾸준히 개설되고 있다. 학문적인 부분과 더불어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 모임이 결성돼 바람직한 아버지 모델을 확립하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남성학 도입이 늦었지만 가부장적 유교 전통이 건재해 있는 국내 사정을 반영한 남성학 발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