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지재희 대학부장 (chihee@skku.edu)

장면 하나. 안녕하세요? 아는 사람이 인사를 건네 온다. 갑작스런 인사에 응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잠시 띄운다. 그리고 이내 그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장면 둘. 어느 모임 자리에서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진짜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이런 장면들은 그리 낯설지 않다. 또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봄직한 것들이다. 내가 너에게 인사를 하고 너와 내가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들 사이에 진심이 존재하고 있을까.

흔히 대학에서는 친구 사귀기가 힘들다고 한다. 마음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힘들다는 말일 것이다. 알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 터놓을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서 친구 만들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당신은 역시 그 친구로 만들기 힘든 사람들 중의 하나가 아닌가. 당신은 남에게 속내를 보이지 않으며 상황에 맞춰 행동을 한다. 그때 그때의 상황을 보며 사람들을 대하고 가끔씩 나를 숨기고 가식적인 모습으로 행동한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한다.

장면 하나에서처럼 사람들은 하루동안 수많은 인사를 하며 지낸다. 그런데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어색한 인사를 지속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나는 당신에게 관심 없습니다’라는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내가, 네가 이러한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시키고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피상적 인간관계라고 말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인간관계는 좋지 않다고 말하며 바꿔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사람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주어진 상황에 따라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너무도 그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형식대로 사람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라는 사람 위에 한 겹을 더 씌워서 포장한 상태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진정으로 사람을 대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형식적인 관계, 형식적인 사람을 만들어낼 뿐이다. 혹자는 말한다. 내가 좋아하고 맘 맞는 사람하고만 잘 지내면 되지 않느냐고.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그 말이 옮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와 맞지 않는다고, 관심 없다고 치부해 버린 그 사람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고 이해하려고 했는가. 상대방에게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가. 형식적인 태도만을 보인 것은 아니었던가. 우리는 머릿속으로 형식적인 관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노력하지 않았다. 이는 머릿속에 있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내 위에 씌워진 한 겹을 벗겨 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