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우리 학교의 눈부신 발전의 한 축은 교양과목이 담당하고 있다. 학부대학이 설립된 후 이번 학기 교양과목의 개수는 지난해보다 34개가 증가했고 강좌 당 평균 수강 인원도 크게 줄어 전체적으로 수업 여건이 나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학교 측의 노력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손동현 학부대학장은 “사회적 수요와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교양과목의 선진화와 내실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가 교양과목을 대하는 태도와 학생들이 교양과목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일부 학생들에게 교양과목은 ‘널널한 수업시간’ 내지는 ‘학점을 날로 먹는 과목’ 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학생들의 이러한 인식은 실제로 교양과목 수업 태도에 그대로 반영돼 나타난다.

2학점짜리 일반교양과목인 사회봉사론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원숙한 시민의식을 기른다는 긍정적 취지를 갖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다. 이번 학기 사회봉사론을 수강하고 있는 한 학우는 이론교육 후 실습으로 시행되는 과목의 특성을 이용해 돈을 지불하고 봉사시간 확인서를 사서 실습시간을 채웠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돈만 조금 들이면 학점도 채우고 졸업요건인 인성품도 딸 수 있어서 이 과목을 수강했다고 덧붙였다. 이 학우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시에 해당하겠지만 이러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교양과목 수업은 대학에서 이러한 대접을 받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다. 중세 유럽에서 처음으로 근대적 의미의 ‘대학교’라는 고등교육기관이 설립될 때부터 교양과목의 의의와 취지는 강조돼 왔다. 대학교를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교육기관들과 구분되게 만드는 대학교만의 특성과 존재이유는 바로 교양과목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전공 학문은 개인적으로 그 분야의 저명한 학자를 사사하거나 전문 학원을 다녀 습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와 철학 등의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가르쳐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상식을 갖춘 ‘교양인’을 육성하는 역할은 오로지 대학교만이 가능한 일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이런 식으로 교양과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태도를 대학가에 불어 닥친 과도한 취업난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공과목의 학점에는 비굴해 보일 만치 연연하면서 교양과목은 소홀히 하는 태도는 비겁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우리 학교의 교육이념에는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디지털시대의 신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가’와 더불어 ‘인의예지의 품성과 신언서판의 능력을 갖춘 교양인’도 함께 명시돼 있다. 우리는 모두 진정한 의미의 ‘대학생’이 어떠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