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5.31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 정부에 대한 민심 성적표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여당 혐오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국민의 대정부 신뢰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미 FTA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 예컨대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금지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요구나 건강보험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한 약제비 절감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 등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 풀어야 할 문제이다.

최근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쌀을 비롯한 농업 생산 피해 예상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선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의료 부문이나 교육 부문에서도 영리법인의 형태로 학교와 병원 설립을 요구할 경우, 소득 계층별로 교육 및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교육에선 평준화 정책이, 의료에선 공적 보험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보도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FTA 협상 미국측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 대표보는 “한미 FTA가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 가운데 최고 수준이 되도록 한다”고 언급했다. 이제까지 미국은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에게는 국제정치 논리를 우선 적용했었으나, 한국은 세계 10-11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추었기 때문에 경제적 실익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은 협정문 초안에서 시장개방의 혜택이 한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섬유 분야에서 특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한 반면, 우리 측이 요구하고 있는 농업 분야의 특별 세이프가드와 투자 분야의 일시적 세이프가드 도입에 대해서는 거부의 뜻을 밝혔다. ‘상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 및 시장 접근’ 원칙을 자기의 입맛에 맞게 적용시키는 단적인 사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하여 지나치게 낙관적 자세만 견지하는 듯하다. 실제로 농산물 개방에 대하여 청와대 브리핑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농산물 품목에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우리 농업의 취약성과 민감성을 설득한다면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안이하게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그런 만큼 세계적 추세인 시장 개방과 자유화 흐름에 당당히 동참하는 세계시민의식을 여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미 FTA도 그러한 관점에서 당당히 동참하되 지켜낼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또한 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원칙 없이 한미 FTA에 응한다면 바닥난 민심을 다시 채울 길은 요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