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에 갇힌 독립영화,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별 볼일 없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대기업 CEO가 됐다고 하자. 평소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사람들, 마치 절친한 친구인양 그에게 달라붙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람들의 관계도 이러한데 하물며 영화계라고 별 수 있을까.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선 상영조차 되지 않던 독립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극찬을 받았다는 소식이 제법 많이 들린다.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영화 참 대단해, 역시 독립영화야’라고 다들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극장에선 앞 다투어 스폰이 붙고 그 때서야 영화상영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이런 그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평소 독립영화에 눈길 한번 주셨습니까.’

독립영화계의 현 주소

일명 인디영화라고도 불리는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는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되는 영화로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영화를 일컫는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니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독립영화만의 성격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독립영화계의 현실은 좋지 못하다. 현재의 독립영화는 △비디오 △상영(영화제·개봉관) △TV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배급되고 있다. 이러한 배급방식은 대다수의 상업영화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다보면 그 상황은 많이 열악하다. 실제로 배급사가 없어 제작자나 제작단체가 직접 배급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해외 배급은 커녕 정부에서 지급하는 한정된 기금을 충당받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배급의 열악함은 다시 제작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독립영화계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독립영화, 극장과 만나다

그래서인지 최근 불고 있는 전용관 열풍이 참으로 반갑다. 전용관의 도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 즉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려는 의지를 갖춘 전국 극장 연합체에 의해 03년도에 최초로 이뤄졌다. 그러나 한동안 예술영화의 배급·마케팅과 같은 소프트웨어 차원의 미비한 지원으로 주춤하다가 최근 ‘스폰지 하우스’등의 독립 영화관과 인디영화관이 생기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전용관 열풍은 독립영화뿐 아니라 기존 상업영화에 밀려난 △애니메이션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예술 영화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영화를 만들고도 관객과 소통할 통로가 없던 비주류 영화계의 숨통을 틔어줌은 물론 관객도 취향대로 원하는 영화와 만날 수 있으니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독립영화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대중들과의 문화적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다.

찬물 끼얹는 스크린 쿼터 축소

하지만 아직도 독립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가 코앞에 닥쳐있기 때문이다. 스크린 쿼터는 상업영화계뿐 아니라 가뜩이나 좁은 시장을 가진 독립영화계에도 엄청난 타격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4천억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지원과 더불어 1백여 개의 독립영화관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영화협회는 주류 영화시장을 할리우드 영화들에게 내주는 대신 독립영화계에 생색만 내겠다는 대책이 아니냐며 정부의 지원책을 평가 절하했다. 또 이는 영화의 다양성을 무시한 처사이자 독립영화시장은 아직도 열악한 상황이라며 적극 반발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팀 한상희씨는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해선 여러모로 우려가 있지만 이미 정부의 계획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독립영화협회 등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정책을 펴나가겠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프랑스는 전국 영화관 중 독립 영화관의 비율이 25%를 넘는다. 그러나 우리의 독립영화는 여지껏 상업영화의 기반을 닦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떨어져있다는 이유로 관객과 만날 기회가 단절돼 왔다. 이에 대해 예술영화제 쿼터제 도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상영일수의 일부를 예술영화, 독립영화에 고정화시킴으로써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가능케 하는 이 방안은 독립영화에 대한 어떠한 지원보다도 현실적이다.

독립영화의 독립은 관객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관객과 진실 된 소통을  위해선 상업논리가 아니 문화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