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물목] 이기동(유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근래에 생겨난 말 중에 한류(韓流)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또는 대중가요가 외국에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 한류의 덕분에 한국인의 위상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 지금 이 한류는 한국인들을 위로하는 훈훈한 바람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열풍은 왜 일어났으며, 그 근본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역사가 일직선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지속성을 가진 모든 것은 일직선일 수 없다. 지속성을 가진 것에는 사이클이 있다. 사계절도 그렇고, 사람이 다니는 길도 그러하다. 역사의 흐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사람이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면 이러한 사이클을 인식하기 어렵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날씨는 조금씩 더위를 향해 나아가는 법이다.’ 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기 쉽다. 그러한 사람은 가을로 가는 환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낭패를 볼 것이다.

역사의 흐름에도 사이클이 있다. 더위로 향해 가는 봄이 있는가 하면, 추위로 향해가는 가을이 있다. 마음을 중시하는 정신문화의 시기를 역사의 봄으로 가정한다면, 몸을 중시하는 물질문화의 시기를 역사의 가을로 볼 수 있다. 마음을 중시하며 정신문화를 꽃피워온 한국문화는 봄에 피는 진달래다. 봄에 피는 꽃 중에서 가장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꽃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 문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다. 가을에는 국화꽃이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진달래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과거 서양문화가 한창 꽃피울 때는 한국문화는 향기를 뿜지 못했다. 그러나 봄이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진달래에서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류는 바로 한국인들이 향기를 뿜기 시작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현상이다. 한류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의리정신이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기도 하고, 애인을 위해 목숨도 바치기도 한다. 한류문화에 깔려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의리정신으로 모아진다.

한국사상을 가장 여실하게 대변하고 있는 사상은 유학사상이다. 흔히들 유학은 중국의 공자가 만든 중국사상이라고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공자는 유학의 창시자가 아니라, 요·순·우·탕·문·무·주공의 사상을 종합하고 정리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요·순·우·탕·문·무·주공의 사상에 깔려 있는 핵심사상은 동이족에서 건너간 인사상(仁思想)이다. 그렇다면 유학사상은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되돌아온 한국의 고유사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유학사상을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는 성균관대학교는 한국사상의 맥을 있고 있는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이제 향기를 뿜기 시작한 한국인들의 향기는 대중문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골고루 모든 분야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그리하여 한류정치, 한류경제, 한류교육 등등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한류정치, 한류경제, 한류교육 등등은 한국사상과의 접목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한류정치, 한류경제, 한류교육 등등은 한국사상과의 접목을 용이하게 시도할 수 있는 성균관대학교 사람들에 의해서 가장 잘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성균관대학교의 역할은 참으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