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학교는 VISION2010+등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학교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일례로 중국대학원이나 반도체 학과 등이 신설됐으며 경영학이나 의학 등 유망학과 중심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대학이 처한 객관적 조건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점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선별 투자론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전체 한국 경제를 선도해 왔다. 정부의 교육 당국이 택하고 있는 고등교육정책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특성화 정책의 배후에는 고강도의 선별 투자론이 놓여 있다.

우리 학교의 입지를 돌아 볼 때에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발전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정된 대학 예산을 평균적으로 배분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이 성패를 가른다. 대학 입학 시장에서 우리 학교의 대외 이미지가 현저히 개선되고 있는 점은 그동안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었음을 입증해 주는 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방향이다. VISION2010+의 정책 방향은 오직 시장의 수요가 어느 쪽으로 쏠리는가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지향성만이 대학 발전의 유일한 준거로 간주돼서는 곤란하다. 오래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마라톤 주자들이 왜 대부분의 훈련 시간을 기초 체력 강화에 쏟는가?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멀리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에 탄력성이 큰 학문 분야만 발전시키다 보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기반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2단계 BK21 사업에서 우리 대학이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단지 20개 대형사업단이 100% 선정된 사실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정된 대형사업단 내에 기초과학 4개 분야와 인문학 2개 분야가 포함되어 있는 점이다. 그뿐인가? 핵심분야에서도 인문학 분야가 3개나 선정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우리 대학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지향성만을 기준으로 삼는 선택과 집중론은 재검토돼야 한다. 그를 통한 몇몇 유망학문 분야의 발전이 장기적인 대학발전으로 이어질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대학 당국의 지혜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