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정민

기자명 고해정 기자 (aqua509@skku.edu)

영어를 잘해야 한다. 운동도 잘해야 한다. 기본적인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 두는게 좋겠다. 대한민국의 대학생, 아니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만능 엔터테이너를 꿈꾼다.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기에 세상에는 할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결국엔 이도저도 못하고 그 많던 일들을 다 포기하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 우리네 선비들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이 매진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선비들의 올곧은 정신이 현대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굴하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
『미쳐야 미친다』속의 주인공들은 결코 부유한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 오히려 생계의 위협에 처해있다. ‘입에 풀칠하기 어렵다’라는 말이 결코 허세가 아니다. 마치 그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 자체를 잊어버리기 위해서 한 가지에 집착하는 광기마저 보인다. 그러나 현실도피적인 그들의 집착은 결코 바람직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덕무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맹자』를 팔아다 식량을 마련한다. 병들은 노모에게 약 한 첩 지어줄 능력도 없다. 그러나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덕무가 남긴 방대한 저술이 오늘날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 그의 저술 활동이 한낱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함께해 빛나는 인생
2부에서 저자는 조선시대 선비가 가진 만남들을 ‘맛남’이라고 표현한다. 이 점은 조선시대나 오늘날이나 다름이 없다. 누구보다 서로 잘 통하고 서로를 헤아려 주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지구의 60억 인구 중 한명이 있을까 말까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신분이나 생활수준으로 사귐을 가려 사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허균은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보잘것없는 화공이었던 이정과 깊은 우정을 쌓았다. 또한 그는 기생 계랑과도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았다. 허균은 허세에만 사로잡혀 작은 것을 바라볼 줄 모르는 양반들 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한결 더 잘 헤아려 주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일상의 작은 기쁨
우리네 선비들은 일상생활에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여유로 섬광같은 기쁨을 찾아낸 선비들은 현실에 투정만 늘어놓는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국화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나 정약용은 한 가지 더 특별한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바로 벽을 가득 채우는 국화꽃 그림자의 아름다움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즐기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약용은 색다른 즐거움을 추구하며 소소한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다. 아이디어를 공모전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만인을 위한 작은 발상의 기쁨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열악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는 신념, 체통에 연연하지 않고 계급을 초월한 따뜻한 만남 그리고 작은 일상에서 즐기는 큰 기쁨. 우리시대 대학생들은 이러한 생활을 하기위해 충분히 내면을 갈고 닦고 있는가. 우리는 갈수록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는 이 시대에 허우적거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있는 게 아닌가 고민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