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족문화로 꼽히며 오랜 시간동안 우리 민족을 지배해왔다고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체는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 유교문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데 비해 의외로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유교문화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중심지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 내에 있는 유교문화박물관이다.

세계 유일의 유교 전문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 6월 개관한 유교문화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소장 유물 300여 점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단순히 규모만 클 뿐만 아니라 전시실을 6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각각 △유교와의 만남 △유교와 가족(사람노릇 하기) △유교와 미래사회(더불어 살기) 등 구체적인 주제를 정해 관람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제1공간은 유교와 처음 만나는 곳으로 관람객들은 공자의 제자들이 지은 것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진도문을 지나고 나무로 제작된 공자 입상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유교문화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뒤이어 제2공간에서는 본격적으로 동아시아 유교문화의 형성과 전개 과정, 한국 유교문화의 흐름 등을 소개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형태의 사료와 감각적인 이미지로 전달해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제3공간과 4공간은 일상생활 속의 유교문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15세기 양반 가문의 재산 상속 문서인 ‘권심처손씨분금문기’나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안경인 김성일 안경 등은 당시 유림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료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현실 정치로서의 유교문화를 보여주는 제5공간에는 ‘난중일기’와 더불어 임진왜란 연구에 귀중한 자료인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 사본 등이 전시돼 있어 과거 정치 현실에 반영된 유교 정신의 근본을 짚어볼 수 있다. 유교문화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말하는 제6공간은 역사적인 증거물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이야기를 박물관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러한 기본 전시실 외에도 영상관과 유교과학관 등이 함께 갖춰져 있어 유교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유교문화박물관만의 특징이다.

관념적으로만 다가오던 유교문화를 실제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교문화박물관. 박물관의 이욱 연구원은 유교문화박물관에 대해 “한국의 유교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줘 사람들이 유교문화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며 “실제로 많은 관람객들이 유교문화는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됐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유교문화가 이름과 얼굴은 알되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사이처럼 느껴졌다면 유교문화박물관에서 유교와 진정한 친구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