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인터넷 만화가 강도하 씨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위대한 캣츠비>로 만화계에 주는 상을 휩쓸다시피 한 만화가 강도하씨를 만났다. 19살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언더, 인디 등 실험적인 만화를 거쳐 얼마 전 <위대한 캣츠비>를 통해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인터넷 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강도하 씨. 최근 연재 중인 <로맨스 킬러>탓일까, 인터뷰를 앞둔 그는 다소 지쳐 보였다.

   
송민수 기자(이하: ) <로맨스 킬러>때문에 많이 바쁜가 보다.
강도하(이하: ) 최근 3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다. 마감 시간에 쫓기다보니 체력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절대 절명의 마감이다.(웃음)

얼마 전부터 강성수라는 본명 대신 강도하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작품의 성격도 달라진 것 같은데.
이름을 바꿨다고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늘 해오던 것인데 단지 화장법을 바꾼 정도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보통 이미지라는 것은 고착화되고 권력화되기 때문에 기존에 갖고 있었던 언더그라운드 이미지를 좀 탈피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대중과 소통을 꾀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온 거고.

만화가로서 대중과의 소통이 꼭 필요한 건가.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천재 예술가들도 많다.
혹 순수 창작물에서는 대중과의 소통이 경계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소통을 안 하려면 차라리 발표를 안 하는 편이 낫다. 심지어 일기마저도 누군가가 우연히 봐주기를 기대하며 쓸 때가 많은데,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화가는 오죽하겠는가. 당대의 사람들과 당대의 이야기꺼리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강도하 씨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위대한 캣츠비>는 인터넷에서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우선 이 만화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주제는 미련이다. 40대가 되면 현실적으로 자기 위치가 정해지게 된다. 이때부터 좌절과 절망 그리고 때로는 단조로움을 맛보게 되며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란 위험한 모험으로 치부된다. 이처럼 그들이 겪고 느끼는 뿌리 깊은 미련, 그것과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렇다면 주 독자층을 40대 이상으로 겨냥한 건가.
그건 아니다. 좋은 만화는 다양한 독자층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화는 수학이 아니기 때문에 10대가 느끼는 것과 20대가 느끼는 게 모두 다 다르다. 나 또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는데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인물을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검은 뿔테를 쓰고 머리가 길며 턱이 뾰족한 남자가 주인공이었다면 특정 인물의 이야기에만 그쳤을 것이다. <위대한 캣츠비>는 독자들이 드라마에 자신의 역할을 쉽게 재배치 할 수 있도록 고양이, 개 등으로 인물을 의인화해 최대한 일반화했다.
캐릭터뿐 아니라 <위대한 캣츠비>의 배경이 된 달동네도 인상 깊었다. 그 곳에 자주 찾아가 직접 스케치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월곡동의 사진만으로도 철거촌에 사는 빈곤층의 삶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 찾아갔다. 낮과 밤, 혹은 비오는 날이나 국경일 등 아무 때나 찾아가 그곳의 공기를 맞다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제작돼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곧 <위대한 캣츠비>와 <로맨스 킬러>도 영화화 되는데 이러한 장르 변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텍스트가 영화화나 드라마화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면 장르 변환 자체는 좋게 본다. 다만 그것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장르 변환에서 찾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원작 만화를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 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른 장르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작용 때문이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개봉 시기나 제작환경 등이 그러하다.

인터넷 만화가 지면 만화와 달리 어떤 특징을 갖는지도 궁금하다. 
기존 만화와 차이점을 논하기 전에 그냥 다 같은 만화로 봐줬으면 한다. 단지 독자들이 모니터로 감정이입을 할 뿐 만화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인터넷 만화에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인터넷 만화가들은 인터넷 매체를 다루면서 기존 지면만화와 다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과 방식의 문제만을 고민한다.

끝으로 만화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뭔지, 또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을 말해 달라.
만화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눈과 귀를 열어놓고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딱딱하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면 독자의 경우 만화의 업데이트가 늦더라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닦달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사실 다음편을 기다리는 것도 문화를 즐기는 흥이라면 흥인데 다들 너무 조급하다. 또 감상은 없고 반응만 있을 때 가장 애가 탄다. 단순히 ‘주인공을 왜 죽였냐’가 아니라 ‘그 죽음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다’가 돼야 한다. 그것에 대해 긍정하든 부정하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