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답을 모르는 문제를 풀어야 할 때가 가끔 있다. 아니 처음부터 답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를. 사실 그런 문제로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러는 힘든 척 해보는 게 나라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무작정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그 문제들에 대한 도전인지, 그 문제들로부터의 도피인지 모를 길을 떠났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하고도 6개월이란 휴학기간. 그 문제들에 대한 해답으로 내가 택한 것은 일탈이었다. 피지 않던 담배도 입에 대보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일이 다반사일 정도로 복잡한 생각이 내 몸과 마음을 지배했던 한때였었다. 생각이란 이리저리 가지를 뻗고 줄기를 내는 식물 같아서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그 식물에 붙잡혀버린 나를 발견하게 되는 하루가 계속 늘어났었던 것.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 스물 셋. 엉킬 대로 엉켜버린 고민을 결국 풀지는 못하고 학교란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휴학기간 동안만은 마음껏 그 고민들을 즐겨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날 언제든 반겨줄 것 같았던 학교로 돌아온 지금은, 오랜 기간동안 날 괴롭혔던 고민들보다 ‘소외감’이란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와 같이 캠퍼스를 활보하던 동기들은 졸업하고 사회로, 취업관문에 맞서 도서관으로 이리저리 흩어졌고, 얼굴도 이름도 낯선 후배들과 새롭게 변화된 여러 수업과목들만 남아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군대나 다른 이유로 휴학하고 다시 돌아온 복학생들 대부분이 겪는 현상이겠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이 또한 만만치는 않다. 살아가면서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 순간마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 아니라 혼자라는 감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부쩍 늘어버린 요즘이다.

문득, 주위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적으로 자신의 편이라고, 그렇게 믿어지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어떤 어려움일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살면서 그냥 스쳐 가는 과정이라 웃어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낯선 얼굴들도, 새롭게 느껴지는 캠퍼스와 수강과목들도 익숙해지겠지만, 오늘 하루는 그동안 연락이 뜸했었던 옛 동기친구와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을 지새워볼까 한다.

진민곤(행정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