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기자명 김호성 기자 (crash1524@skku.edu)

   
“안녕하세요? 과외 사이트에서 보고 연락드립니다. 효진이 어머님이신가요?”로 시작하는 인사말. 나처럼 소위 말하는 아줌마루트가 없는 불쌍한 대학생들이 과외를 구하는 방법이다. 돈은 필요한데 알바 좀 하려고 하니 시급 5천원을 넘는 게 없고, 서빙 같은 일을 하기는 싫은 학생들을 위해 과외는 예나 지금이나 시급 세고 시간 적게 걸리는 최고의 아르바이트다.

얼마 전 우리 학교도 1학기 수시 발표가 났다.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말하는 수시 합격생들은 여기 저기서 밀려오는 과외 요구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수험생에서 순식간에 선생님으로 변한다. 수능이 끝나면 이런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한 선생님이 참 많이도 만들어진다. 나도 대학에 합격하기도 전부터 과외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선생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주변에 친구가 과외를 구했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물어본다. “얼마 받는데?” 그 다음은 “몇 학년이냐?” 그 후 부러움의 눈빛이 이어지거나 그것 밖에 받지 못하냐는 질책 아닌 질책이 뒤따른다.

과외를 한 명, 두 명하다보니 용돈을 받지 않아도 지갑이 항상 두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학생에게 30~40만원의 가치를 하고 있는지. 초등학생 잡아서 놀면서 과외한다, 그룹으로 논술하니까 시간도 안 뺏기고 돈은 배로 받는다는 친구들의 말 때문이 아니라 매달 꼬박 꼬박 받는 과외비만큼 가치 있는 정보를 내가 제공하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과외도 이제 지겹다라는 도통 나도 이해가 안가는 생각이 들어 갑작스레 과외를 그만두고 학교 앞에 있는 호프집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생인데 뭔가 땀 흘리는 노동을 해야지란 말과 함께 우습게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며 일을 시작했지만 조금만 힘들 때마다 머릿속으로 시급 3500원과 과외 시급 2만원이 교차하면서 내가 지금 이런 걸 왜 하고 있지란 후회가 바로 밀려왔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실력 없고 준비 안 해오는 선생님을 뒤에서 욕해 본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단순히 과외비가 비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효진이 선생님이 되는 일,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