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김두식

기자명 최지영 기자 (kekekel@skku.edu)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다음은 헌법 전문 중 일부이다. 우리 나라 헌법은 그야말로 청산유수다. 세상이 헌법의 조항대로만 흘러간다면 그 어떤 사상가가 제시한 유토피아보다 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법은 우리들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저 멀리로 달아나 있다. 법 앞에서 국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손발이 묶인 무능력자가 돼버린다.
김두식 법학 교수의 『헌법의 풍경』은 국민들을 법 앞에 약자로 전락시킨 법률가들과 법조계의 시스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법, 우리들의 것인가 그들만의 것인가
법률가들은 법전에 온통 현학적인 단어들을 채움으로써 그것의 해석권한을 독점하고 특권을 장악한다. 『헌법의 풍경』에서는 이것을 일반인과 법률가를 구별하는 첫 단계로 본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해 있는 법. 그러한 법은 당연히 국민들이 보기 쉽게 명시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법전에 빼곡히 새겨져있는 법 조항이 국민의 것이 아닌 법적 특권층의 것이 됐다고 본다.

괴물에 맞서는 똥개의 출현을 꿈꾸다
국가는 언제나 선인가? 이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현대와 같이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만연한 사회에서 국가를 선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가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이 정권과 국가를 구분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생긴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절대적 선으로 군림하게 된다. 이는 언제든 국가가 과거와 같은 독재 괴물로 변신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책은 독재 괴물로 변신한 국가에 변신에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존재로서 법률가를 제시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법률가는 명문고, 명문대, 사법연수원 코스를 차례로 밟은 ‘순수혈통’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 사회의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의 앞길을 닦기에도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똥개 출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로스쿨, 법조일원화, 배심-참심제도를 통해 진정으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잡종 ‘똥개’ 법률가만이 괴물의 포효에 맞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헌법의 기본 정신을 ‘인정한다. 그러나’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인 즉슨, 위험의 소지가 있다고 해서 헌법의 정신을 법률유보조항 하나로 날려버릴 수 없다는 말이다. 헌법의 기본 정신 중 종교의 자유로 예를 들면, 우리 사회의  풍토와는 맞지 않는 문화를 가진 이단종파라고 해서 국가가 그들의 행위를 제지할 법률을 만들 권리는 없다. 그는 헌법 정신 아래서는 ‘이상한’ 사람들도 관용의 이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에 법은 나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직은 국민이 쉽게 발 들여놓을 수 없는 법조계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